최고령 사형수, 끝까지 반성 없이 옥중 사망

2025-06-30 10:21

 대학생 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보성 어부 살인 사건'의 범인 오종근과, '밀양 단란주점 살인사건'의 주범 강영성이 복역 중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종근은 국내 최고령 사형수로, 강영성은 조직폭력배 출신의 흉악범이었다. 이들의 사망으로 현재 국내에서 사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57명으로 줄어들었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종근은 지난해 7월경 광주교도소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향년 87세였던 그는 고령에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별다른 병원 외부 이송 없이 교도소 내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종근은 지난 2007년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대학생 4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로 201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다. 당시 69세였던 오종근은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배에 올라탄 젊은 관광객들을 살해했다. 첫 범행은 2007년 8월.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보성을 찾은 10대 남녀 관광객 2명에게 어선을 타보았냐며 접근해, 자신의 어선으로 유인한 뒤 바다에서 이들을 살해했다. 같은 해 9월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여행 중이던 여대생 2명을 태워 성폭행을 시도하고 살해했다.

 

오종근의 범행은 바다에서 잇따라 발견된 변사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는 수사 도중에도 반성의 기색은커녕, “공짜로 배를 얻어 타려던 놈들이 잘못”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하며,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계획적으로 4명을 살해하고, 범행 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등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오종근은 항소심 과정에서 사형제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2010년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 중 5명의 의견으로 사형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그는 최종적으로 사형이 확정되었으며, 이후 10여 년 넘게 복역 중이었다. 그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을 마감하며, 사실상 ‘사형제의 그늘 속에서 생을 다한 인물’로 남게 됐다.

 

한편, 또 다른 사형수 강영성은 지난해 58세로 사망했다. 그는 1996년 경남 밀양의 한 단란주점에서 조직 간 다툼 끝에 상대 조직원 2명을 흉기로 중상 입히고, 병원까지 쫓아가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 등 7명에게도 흉기를 휘두르는 등 극단적 폭력성을 드러냈다. 그는 수차례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결국 교도소 수감 중 뇌출혈 등 질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 두 사람의 사망으로 국내 사형 확정자는 57명으로 줄었으며, 이 중 4명은 군형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아 국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이 중단된 상태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흉악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면서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2023년, 사형장 시설이 설치된 전국 교정기관에 대해 시설 점검을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 사형 집행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령 사형수들이 처벌이 아닌 자연사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형제의 실효성 문제는 다시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세계 무대 휩쓴 임지영, 베토벤 협주곡으로 서울 관객 심장 강타

서울시향은 오는 7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서울시향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임지영과 서울시향의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자리이자, 그녀의 깊어진 음악적 성숙을 보여줄 중요한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공연의 지휘는 페루 출신의 미겔 하스베도야(57)가 맡는다. 하스베도야 지휘자는 서울시향 무대에 첫 데뷔하는 것으로, 그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전망이다. 미겔 하스베도야는 21년간 미국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명예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남미 음악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비영리 단체 ‘카미노스 델 잉카’를 설립, 예술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공연은 지미 로페스의 ‘피에스타!’(Fiesta!)로 시작한다. ‘피에스타’는 스페인어로 ‘축제’를 의미하며, 이번 서울 공연이 국내 초연이다. 2008년 리마 필하모닉 협회 100주년을 기념해 위촉·초연된 이 작품은 원래 실내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 작곡됐으나, 유럽 고전음악의 형식미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로-페루 전통음악, 그리고 현대 팝 음악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역동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스베도야의 고향인 페루의 음악적 정서가 깊이 녹아있는 곡으로, 서울시향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왕’이라 불리며, 연주자의 기교보다는 섬세한 선율과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고난도 곡이다. 베토벤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서정적인 멜로디, 깊은 사유가 어우러져 있어 연주자의 해석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임지영은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깊이와 기술을 입증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풍부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장식한다. ‘창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총 14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장엄하고 숭고한 분위기로 널리 사랑받아 독립된 곡처럼 자주 연주된다. 엘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인간적인 통찰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공연을 풍성하게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다.임지영은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금호음악인상, 대원음악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명단에 클래식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포함되며 음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은 임지영이 국내 관객들과 다시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다. 4년 만의 재회인 만큼, 그녀의 성숙한 연주와 하스베도야의 새로운 지휘가 서울시향과 어우러져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들은 한층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서울시향 관계자는 “임지영과 미겔 하스베도야의 협업은 서울시향의 음악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잊지 못할 공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모으며, 여름 시즌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7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이번 서울시향의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은 예매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국내외 음악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지휘자 미겔 하스베도야, 그리고 서울시향의 조화로운 음악 여정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깊은 매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