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다! 북한, 25년 숙원 말레이시아 꿈 짓밟고 '학살 축구'로 본선행

2025-07-07 09:59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이 아시아 예선에 혜성처럼 등장해 무자비한 폭격으로 한 장의 본선 진출권을 따내며, 25년 동안 이어온 한(恨)을 풀어보려던 말레이시아 여자 축구의 꿈을 야속하게도 좌절시켰다. 경기당 8.7골이라는 경이로운 득점력을 선보인 북한의 등장은 다른 아시아 팀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

 

지난 5일(한국시간) 타지키스탄 파미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H조 최종전에서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무려 6-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북한은 예선 3전 전승, 무려 26득점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H조 1위를 차지하며 각 조에 한 장씩 주어진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나란히 예선 2연승을 거두며 본선 진출권이 걸린 외나무다리 맞대결을 펼쳤던 두 팀이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북한이 9위, 말레이시아가 102위일 정도로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극명했다. 실제 북한은 앞서 말레이시아가 각각 1-0으로 꺾었던 팔레스타인과 타지키스탄을 상대로 각각 10-0 대승을 거두며 그 격차를 여실히 증명했다.

 

말레이시아는 2001년 대회를 끝으로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 예선을 통해 25년 만의 본선 진출이라는 오랜 염원을 풀고자 했으나, 느닷없이 북한이 예선에 참가한 데다 하필이면 예선에서 같은 조에 묶이는 불운을 겪으며 그 꿈은 안타깝게도 좌절됐다. 예선에 참가한 팀들 가운데 FIFA 랭킹 9위 북한 다음으로 랭킹이 높은 팀이 37위 베트남일 정도로 북한의 예선 참가는 그 자체로도 다른 팀들엔 악몽이었는데, 그 악몽이 가장 간절했던 말레이시아에 찾아온 셈이다.

 

북한의 아시안컵 예선 참가 자체가 다른 예선 팀들엔 뜬금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3월 기준 여자 FIFA 랭킹 19위 한국을 비롯해 17위 중국, 5위 일본은 본선에 직행했고, 16위 호주마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오르는 등 아시아 상위권 팀들 모두 본선으로 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FIFA 랭킹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강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선에 참가한 뒤, 경기당 8.7골에 달하는 무자비한 기록을 남기고 본선 진출권을 따낸 것이다.

 


이는 북한이 지난 2022년 대회에서 기권한 여파가 결국 이번 대회 예선 참가, 나아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팀들의 악몽으로 이어진 결과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아시안컵 예선 참가를 기권했고, 자연스레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대회 본선에선 중국이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이 준우승, 일본이 4강에 각각 올랐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직전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본선에 직행했지만, 예선에서 기권했던 북한은 자연스레 예선으로 떨어져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25년을 기다려 온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해 아쉬움을 삼키면서도, 그래도 세계적인 강팀으로 꼽히는 북한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맞선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현지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여자축구는 예선 내내 투지를 보여줬고, 팔레스타인과 타지키스탄을 연파했다. 무자비한 북한을 상대로도 맞서 싸웠다"며 "비록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강팀인 북한을 상대로 보여준 선수들의 저항은 칭찬할 만했다. 고개를 숙일 게 아니라 고개를 한껏 들어 보일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조엘 코넬리 감독 또한 "북한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고, 준비도 더 잘 돼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달성한 성과에 자랑스럽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비록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지만, 말레이시아 여자 축구는 이번 예선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2개 팀이 참가하는 2026 여자 아시안컵 본선은 내년 3월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며, 북한은 이제 본선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의 활약을 준비할 것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에투알 10명이 줄섰다'..박세은 효과로 파리 발레단 '들썩'

알 갈라 2025’는 오는 30일부터 3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박세은과 함께 다수의 동료 에투알 무용수들이 참여해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박세은은 2021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로 승급한 후 매년 동료 무용수들과 내한해 갈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출산으로 2023년 한 차례 쉬었지만, 2022년과 202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갈라 무대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점차 늘어난 에투알 무용수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2022년 첫 공연에는 박세은을 포함해 5명이었으나 지난해 6명, 올해는 10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 중에는 2004년부터 20년 넘게 에투알로 활약 중인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대표적 무용수 마티외 가니오도 포함돼 무대를 빛낸다.지난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세은은 “발레단 내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갈라 공연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에투알 무용수들이 모두 한국 공연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 에투알 10명이 함께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함께 자리한 동료 에투알 기욤 디오프도 “이 갈라 공연 기획이 훌륭하고 단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고 좋은 기억 때문에 다시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욤 디오프는 이번이 한국 방문 세 번째이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갈라 공연에 참여했다. 그는 2023년에는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지젤’ 전막 공연에 솔리스트(쉬제)로 무대에 올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 무대 직후 에투알로 승급되어 한국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무대와 승급을 동시에 경험했다며 “한국은 제게 아주 특별한 나라”라고 말했다.이번 갈라 공연 프로그램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박세은의 기획 의도와 파리 오페라 발레단 대표의 의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박세은은 “아주 좋은 작품들은 저작권이 매우 비싸고 까다로운 조건이 많아 공연하기 쉽지 않다”며 “안무가를 직접 초청해 리허설을 해야 할 경우, 항공료와 숙박비도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파리 오페라 발레단 대표도 ‘좋은 작품은 비싸더라도 관객들에게 보여주자’는 생각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고 밝혔다. 덕분에 박세은은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들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번 공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A, B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30일과 31일에는 A 프로그램, 9월 1일에는 B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A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안무가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2막의 그랑 파드되(2인무)가 포함된다. 박세은은 ‘인 더 나이트’ 공연에 대해 “첫 무대였던 2022년 이후 새로운 작품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어해 다시 선보이게 됐다”며 특별히 의상을 대여받아 준비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B 프로그램에는 ‘실비아’ 중 실비아와 아민타의 파드되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전막 하이라이트가 포함된다. 박세은은 “1년 동안 어떤 좋은 작품을 보여줄지 고민해 마음에 쏙 드는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며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대표하는 훌륭한 작품들인 만큼 무척 설레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이번 갈라 공연은 박세은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실력과 기획력, 그리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 내 최고 무용수들의 참여로 한국 발레 팬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최초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로 발탁된 박세은의 활약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박세은과 동료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무용 예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