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날 지옥을 준비한 아버지, ‘가족이 날 셋업했다’
2025-07-30 15:08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당초 조사에서 가정불화를 범행 동기로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이혼 이후에도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살아왔고, 경제적으로도 일정 부분 가족의 지원을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5년 전 전처와 협의이혼했지만, 2015년까지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동거를 이어갔으며, 이후에도 가족들과 연락을 끊지 않고 유지해왔다. 경찰은 “A씨가 주장한 가정불화는 명확히 드러난 바 없고, 오히려 경제적으로도 가족의 도움을 받는 등 단절된 관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자신이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으며, 가장으로서의 위상이 사라졌다는 자존감 상실감이 심화되면서 점차 망상에 가까운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전처가 생계를 책임지고 아들이 이혼한 뒤에도 가정을 유지하려 노력한 것을 보며 A씨는 ‘자신만 소외됐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이는 단순한 착각을 넘어서 망상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1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A씨는 지난해 8월경부터 아들을 살해할 생각을 품고,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사제 총기 제작 영상을 참고해 재료를 모으고, 방화를 위한 시너와 타이머 콘센트 등을 구매했다. 사제 총기의 성능 실험은 자신의 집 이불에 산탄을 장전하지 않고 격발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총탄을 “20여년 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5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A씨는 지난 7월 20일 밤 9시 31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아파트 33층에서 사제 총기를 사용해 아들 B씨(33)를 살해했다. 범행 당시 집에는 며느리, 손주 2명, 그리고 며느리의 지인이 함께 있었다. 이날은 A씨의 생일로, 가족들이 생일 잔치를 열어준 자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아들만 살해할 의도였으며 다른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며느리와 지인 등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한 점, 또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와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살인미수 혐의도 성립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A씨가 범행 직후 거주하던 서울 쌍문동 집에 인화성 물질을 설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고 싶었다”는 진술을 내놨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를 적용했으며, 인화성 물질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폭발물 사용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아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오히려 애착이 깊었기에 그만큼 실망과 원망의 감정도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처가 범행 당일 자리에 없었던 점이 아들을 단독 대상으로 삼은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정폭력이나 계획범죄를 넘어, 심리적 왜곡과 고립감이 어떻게 극단적인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추가 정신감정을 고려하고 있으며, 향후 수사 결과와 함께 A씨의 형사 책임 범위를 법리적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데헌)'의 인기로 인해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대구박물관만의 독특한 전시물과 굿즈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30일 오후, 경기도에서 대구로 휴가를 온 서민(11) 양은 복식문화실에 전시된 전통 모자인 ‘갓’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함께 온 어머니 박수연(43) 씨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인기가 많다고 들어 대구에도 들러봤는데,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흥미로워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국립대구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복식문화 전문 박물관으로,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복식문화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의복뿐만 아니라 갓, 자수, 장신구 등 다채로운 복식 전시품을 통해 한국 전통의 미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년 전 새롭게 리뉴얼된 복식문화실은 '케데헌'의 주인공 ‘진우’가 착용한 갓이 전시돼 있어, 이를 실제로 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 속 갓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전통 쓰개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지영(44) 씨는 “모자부터 예복, 장신구까지 다양한 복식들을 볼 수 있는 전시라 정말 신선했다”며 “아이들이 전통 의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 관광객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대구를 방문한 엘리사 베트로네(18) 씨는 “케데헌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한국 사극 ‘연모’에서 갓을 본 적 있다”며 “이곳에 오니 옛 문화와 세련된 K-콘텐츠가 결합된 느낌을 받아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박물관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바로 관련 굿즈다. 전시를 보고 나온 관람객들이 몰리는 곳은 박물관 상품관으로, 이곳에서는 ‘흑립 갓끈 볼펜’, ‘갓 키링’, ‘전통 복식 자석 세트’ 등 복식 관련 특화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 중에서도 흑립 갓끈 볼펜은 인기를 끌며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품절 상태다.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해당 상품은 ‘일시 품절’로 표시돼 있으며, 상품관 측은 현재 추가 생산에 돌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 직원은 “케데헌이 공개된 이후 갑자기 관람객들이 몰려들며 굿즈 수요도 급증했다”며 “복식문화실과 연계된 상품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박물관은 자체적인 이벤트도 열고 있다. 복식문화실 내 갓 전시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인증샷 이벤트다. 참여자 중 일부에게는 갓 키링이나 갓 펜 등 전통 굿즈가 경품으로 제공된다. 단순히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박물관은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이번 여름, 국립대구박물관은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의 공간을 넘어, 케이팝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현대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전통 의복과 쓰개류, 특히 갓이라는 전통 소재가 대중문화와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그저 무거운 전시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볼거리와 체험 요소가 많아 뜻밖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국립대구박물관의 사례는 지역박물관이 가진 정체성을 현대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대중문화와 접목시켜 관람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청소년 관람객들에게는 전통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복식문화실의 갓 전시와 연계 굿즈, 그리고 SNS 이벤트는 전통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임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