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면은 '쿨'하게, 노란봉투법은 '핫'하게? 민주당의 이중잣대

2025-07-31 09:34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특별사면 건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해당 사안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했다. 반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계와 국내 진출 외국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8월 4일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조국 전 대표의 사면 문제에 대해 "특별사면은 고도의 정치 행위이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우리가 하라 마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강득구, 고민정 의원 등 여권 일각에서 조 전 대표의 8·15 특별사면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과는 온도 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강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의원과 그의 가족은 이미 혹독한 죗값을 치렀다"며, "윤석열 정권에 맞서 개혁을 외쳤던 그에게 사면은 충분히 정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수석의 발언은 당 지도부가 조 전 대표 사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당은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의 8월 4일 본회의 처리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문 수석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사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정 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올리면 무조건 의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원청이 교섭 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민주당 주도로 통과했으며, 이에 대해 한국 재계는 물론 국내에 진출한 미국 및 유럽 기업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800여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한국의 투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역시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경고까지 내놓았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내외 투자 심리 위축과 함께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다가오는 국회 본회의에서 또 한 번의 여야 대치와 사회적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조국 전 대표 사면 문제에 대한 신중론과 노란봉투법 강행 의지라는 상반된 태도는 민주당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와 함께, 경제적 파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굿즈 줄만 100m..K-팬심 폭발한 국립대구박물관

데헌)'의 인기로 인해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대구박물관만의 독특한 전시물과 굿즈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30일 오후, 경기도에서 대구로 휴가를 온 서민(11) 양은 복식문화실에 전시된 전통 모자인 ‘갓’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함께 온 어머니 박수연(43) 씨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인기가 많다고 들어 대구에도 들러봤는데,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흥미로워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국립대구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복식문화 전문 박물관으로,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복식문화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의복뿐만 아니라 갓, 자수, 장신구 등 다채로운 복식 전시품을 통해 한국 전통의 미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년 전 새롭게 리뉴얼된 복식문화실은 '케데헌'의 주인공 ‘진우’가 착용한 갓이 전시돼 있어, 이를 실제로 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 속 갓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전통 쓰개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지영(44) 씨는 “모자부터 예복, 장신구까지 다양한 복식들을 볼 수 있는 전시라 정말 신선했다”며 “아이들이 전통 의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 관광객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대구를 방문한 엘리사 베트로네(18) 씨는 “케데헌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한국 사극 ‘연모’에서 갓을 본 적 있다”며 “이곳에 오니 옛 문화와 세련된 K-콘텐츠가 결합된 느낌을 받아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박물관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바로 관련 굿즈다. 전시를 보고 나온 관람객들이 몰리는 곳은 박물관 상품관으로, 이곳에서는 ‘흑립 갓끈 볼펜’, ‘갓 키링’, ‘전통 복식 자석 세트’ 등 복식 관련 특화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 중에서도 흑립 갓끈 볼펜은 인기를 끌며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품절 상태다.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해당 상품은 ‘일시 품절’로 표시돼 있으며, 상품관 측은 현재 추가 생산에 돌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 직원은 “케데헌이 공개된 이후 갑자기 관람객들이 몰려들며 굿즈 수요도 급증했다”며 “복식문화실과 연계된 상품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박물관은 자체적인 이벤트도 열고 있다. 복식문화실 내 갓 전시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인증샷 이벤트다. 참여자 중 일부에게는 갓 키링이나 갓 펜 등 전통 굿즈가 경품으로 제공된다. 단순히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박물관은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이번 여름, 국립대구박물관은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의 공간을 넘어, 케이팝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현대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전통 의복과 쓰개류, 특히 갓이라는 전통 소재가 대중문화와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그저 무거운 전시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볼거리와 체험 요소가 많아 뜻밖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국립대구박물관의 사례는 지역박물관이 가진 정체성을 현대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대중문화와 접목시켜 관람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청소년 관람객들에게는 전통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복식문화실의 갓 전시와 연계 굿즈, 그리고 SNS 이벤트는 전통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임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