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7층 호텔, 연극 ‘슬립 노 모어’

2025-08-26 10:45

 서울에서 21일 공식 개막한 ‘슬립 노 모어 서울’은 기존 연극의 문법을 완전히 뒤엎는 이머시브 공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전통 연극에서는 객석과 무대가 명확히 구분되고, 관객은 정해진 좌석에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관람’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슬립 노 모어’는 관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지정된 좌석과 시나리오의 흐름마저 거부한다. 입장하는 순간, 관객은 하얀 가면을 쓰고 7층 규모의 거대한 ‘매키탄 호텔’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하는 ‘목격자이자 참여자’가 된다.

 

공연의 기본 뼈대는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다.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영국 실험극단 펀치드렁크는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를 가미해, 왕좌의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로 치닫는 맥베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런던 초연 이후 미국과 중국 상하이에서도 장기 공연을 이어오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서울 공연에서도 관객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호텔 복도를 탐험하며 배우들의 가장 비밀스러운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매키탄 호텔’은 단순한 무대 배경을 넘어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7개 층, 100여 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공동묘지, 약초와 박제 동물이 놓인 상점, 피 묻은 욕조가 있는 방 등 극도의 디테일로 채워져 있으며, 각 공간의 소품과 가구가 ‘맥베스’의 서사를 증언한다. 관객은 특정 인물을 따라가거나, 공간 자체에 집중해 숨겨진 단서와 이야기를 탐색할 수 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한 번의 관람으로 모든 장면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관객의 선택이 고유한 관람 경험을 완성한다.

 

배우들은 대사 없이 몸짓, 춤,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공간을 가득 채운다. 관객은 긴장감 속에서 배우들의 격정적인 행보를 쫓는다. 때로는 배우가 직접 손을 잡고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안내하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장면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1:1 퍼포먼스는 관객을 극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 전 ‘맥베스’의 기본 줄거리와 등장인물, 매키탄 호텔 층별 구조를 이해하면 공연을 보다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사건의 중심은 주인공 맥베스지만, 관객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권장된다. 매키탄 호텔에서는 의미 없는 이동은 없으며, 모든 탐험과 관찰이 공연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가 된다.

 

‘슬립 노 모어 서울’은 관객이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배우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선택과 경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이머시브 공연으로, 폐막일은 미정이며 오픈런으로 진행된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세종, 한글로 '힙'해진다!

. '그리는 말, 이어진 삶'이라는 주제 아래, 이번 비엔날레는 한글이 단순한 문자를 넘어선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자 전 세계와 소통하는 매개체임을 증명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축제에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우루과이, 싱가포르 등 4개국에서 엄선된 39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한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예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과 표현 방식을 통해 한글이 가진 조형미와 의미를 재해석하며,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예술적 대화를 시도한다. 이는 한글이 가진 보편성과 확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특히,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영국의 세계적인 예술가 미스터 두들(Mr. Doodle)의 참여는 이번 비엔날레의 백미로 꼽힌다. 그는 10월 2일 오전 10시부터 조치원 1927아트센터 외벽에 작가 특유의 기호와 한글을 결합한 파격적인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즉흥적이고 유쾌한 드로잉은 한글의 새로운 시각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현장을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산일제사에서는 미스터 두들이 한국의 전통 한지를 활용하여 작업한 '꼬불꼬불 글자' 연작 등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동서양의 미학이 한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지 보여줄 예정이다.비엔날레의 성대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10월 3일 오후 5시 30분 조치원 1927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는 미디어아트와 디제잉을 결합한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빠키(Pakui) 작가가 특별 공연을 펼친다. 그의 감각적인 예술 세계는 한글이 가진 예술적 언어로서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시각과 청각적으로 구현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김려수 세종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는 시민과 예술인이 '한글'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다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글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세종시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대한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이번 비엔날레는 한글이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유산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이다. 세종시 조치원읍 일원에서 펼쳐질 이번 축제는 방문객들에게 한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예술을 통해 삶과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한글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