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6관왕, 그러나…'K-뮤지컬'은 지금 이름표를 뗄 것인가, 말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2025-09-05 15:28
최근 열린 ‘뮤지컬포럼’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K-뮤지컬’이라는 인위적인 규정을 넘어, 지난 60년간 한국 뮤지컬이 쌓아 올린 고유의 본질과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는 ‘K’라는 브랜드에 기댈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한국 뮤지컬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세계와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한국 뮤지컬의 역사는 1960년대, 서양의 양식을 받아들이되 한국적 소재와 정서를 녹여내려 했던 ‘혼종성(Hybridity)’에서 태동했다. 1966년 ‘살짜기 옵서예’는 그 첫 결실이자 한국 창작 뮤지컬의 효시였다. 이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최신 히트작들을 발 빠르게 수입하며 양적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서구의 문법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체화하는 기나긴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 뮤지컬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신만의 독특한 DNA를 구축했다. 그것은 바로 화려한 스펙터클이나 거대한 쇼보다, 인물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그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는 ‘서사 중심주의’다. 주인공의 고뇌와 성장을 집요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 관객이 인물의 삶에 완벽하게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힘. 이것이 바로 한국 뮤지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의 해외 진출 성공은 이러한 정체성 논의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제 ‘어떻게 K-뮤지컬을 알릴까’를 넘어, ‘무엇을 K-뮤지컬이라 부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K-뮤지컬의 정의는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듯, 창작자들은 인위적인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 전략은 하나의 정형화된 모델을 따르지 않는 유연함이 특징이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한국 제작사가 IP 개발부터 현지 스태프와의 협업까지 주도하며 세계 시장의 중심부를 직접 공략하는 ‘제작 시스템 수출’ 모델이 있는가 하면,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국내에서 검증된 작품의 라이선스를 판매하거나 현지화하여 아시아 시장에 깊숙이 스며드는 ‘콘텐츠 현지화’ 모델도 있다.
이처럼 다각적인 전략은 ‘K’라는 이름표에 갇히지 않고 작품 고유의 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제는 뮤지컬 산업 자체의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할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과 같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 60년 역사가 응축된 서사의 힘, 세계가 주목하는 팬덤의 열정, 그리고 유연한 세계화 전략. 이것이야말로 ‘K’라는 이름의 무게를 넘어, 한국 뮤지컬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밝혀줄 진정한 원동력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우익 청년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의 용의자 사진을 전격 공개하며 ..
기념하여, 조수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 문명권의 화합과 우정을 상징하는 문화 외교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현지 시간으로 12일, 이집트 문화의 심장부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조수미 & 카이로 심포니 협연' 음악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 불리며 세계 최정상의 무대를 누벼온 조수미에게도 이번 이집트 공연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이날 무대에서 조수미는 이집트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요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한편, 한국인의 정서가 깃든 가곡을 통해 K-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이집트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가고파'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꽃구름 속에' 중 한 곡이 연주될 계획이어서, 수천 년 역사의 땅에 우리의 가락이 어떻게 울려 퍼질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현지 카이로 오페라단 단원들과의 협연 무대도 마련되어 있어 양국 음악가들이 만들어낼 하모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음악회뿐만 아니라, 양국의 30년 우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도 함께 열린다. 11일부터 28일까지 카이로 이슬람 예술박물관에서는 '함(HAAM): 함께함을 담다'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다. 이 전시에는 지난 30년간 양국이 주고받은 외교 공식 문서와 기록물, 양국 정상이 나눈 선물 등 귀중한 사료 17점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더불어 한국 전통 공예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 8점도 함께 전시되어, 이집트 국민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한국 정부는 이번 30주년 기념행사를 발판 삼아 이집트와의 문화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음 달 카이로에서 열리는 대규모 현대미술 축제 '카이로 인터내셔널 아트 디스트릭'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조수미의 공연으로 시작된 문화 교류의 물결이 미술, 공예 등 다방면으로 퍼져나가며 양국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