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톤 '생명수'인가, '재앙'인가…도암댐 물 수용 결정, 강릉의 운명은?

2025-09-10 17:06

 사상 최악의 가뭄 사태로 신음하는 강원 강릉시가 결국 '뜨거운 감자'였던 도암댐 물을 한시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수용이 아닌,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겹겹의 안전장치와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는 강력한 단서 조항이 달린 '조건부 수용'이다. 20년 넘게 고여 있던 탁한 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강릉시가 가뭄 해갈과 수질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남규 강릉시 환경과장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이 환경부 장관의 방문과 국무조정실 주재 가뭄대책회의에서의 공식적인 공급 제안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면서도,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수질 검사와는 별개로,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자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단연 '수질'이다. 환경부가 실시한 1차 검사에서 8개 항목에 대해 '양호' 판정이 나왔지만, 이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도암댐은 과거 수질 문제로 발전을 중단한 채 20년 이상 물이 고여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강릉시는 자체적으로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30개 항목에 대한 추가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여기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 시안, 납, 카드뮴 등 중금속 검출 여부가 포함되어 있다.

 

황 과장은 "만약 우리 시가 의뢰한 검사 결과에서 단 하나의 항목이라도 심각한 부적합 판정이 나오거나, 특히 치명적인 중금속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가뭄 상황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방류수 유입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사실상 방류수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완벽한 수질 안전'을 내건 셈이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강릉시는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검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과 함께 수질 안전성을 검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대표, 주민 대표, 시의회 등 각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대다수가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러한 강력한 안전장치 마련 약속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도암댐 방류수는 하루 1만 톤 규모로, 강릉시 전체 사용량의 약 6분의 1에 해당한다. 기술적으로는 2만 톤까지 공급이 가능하지만, 500m에 달하는 낙차로 인한 과도한 수압 문제를 고려해 공급량을 조절했다. 오는 20일 전후 시험 방류를 시작해 이송 라인과 수질에 이상이 없는지 최종 점검한 뒤, 다음 주에 나올 정밀 검사 결과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된다.

 

강릉시는 이번 조치가 가뭄 해소 시 즉시 중단되는 '한시적 조치'임을 거듭 강조하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극심한 가뭄이라는 재난 앞에서, 20년 묵은 물을 둘러싼 강릉시의 '위험한 도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역 사회의 모든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 발칵 뒤집은 '한국어 노래'의 정체…조수미, 이집트 심포니와 선보인 역사적 협연

기념하여, 조수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 문명권의 화합과 우정을 상징하는 문화 외교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현지 시간으로 12일, 이집트 문화의 심장부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조수미 & 카이로 심포니 협연' 음악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 불리며 세계 최정상의 무대를 누벼온 조수미에게도 이번 이집트 공연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이날 무대에서 조수미는 이집트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요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한편, 한국인의 정서가 깃든 가곡을 통해 K-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이집트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가고파'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꽃구름 속에' 중 한 곡이 연주될 계획이어서, 수천 년 역사의 땅에 우리의 가락이 어떻게 울려 퍼질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현지 카이로 오페라단 단원들과의 협연 무대도 마련되어 있어 양국 음악가들이 만들어낼 하모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음악회뿐만 아니라, 양국의 30년 우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도 함께 열린다. 11일부터 28일까지 카이로 이슬람 예술박물관에서는 '함(HAAM): 함께함을 담다'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다. 이 전시에는 지난 30년간 양국이 주고받은 외교 공식 문서와 기록물, 양국 정상이 나눈 선물 등 귀중한 사료 17점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더불어 한국 전통 공예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 8점도 함께 전시되어, 이집트 국민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한국 정부는 이번 30주년 기념행사를 발판 삼아 이집트와의 문화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음 달 카이로에서 열리는 대규모 현대미술 축제 '카이로 인터내셔널 아트 디스트릭'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조수미의 공연으로 시작된 문화 교류의 물결이 미술, 공예 등 다방면으로 퍼져나가며 양국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