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철권통치 레비, 충격적 퇴출의 전말

2025-09-10 17:01

 토트넘의 심장이자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해리 케인. 그를 끝까지 붙잡으며 이적을 막아섰던 '애증의 동반자' 다니엘 레비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장 소식에, 케인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사임'이라는 공식 발표 뒤에는, 25년간 이어져 온 철권통치를 끝내려는 구단주 가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경질설'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토트넘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알리고 있다.

 

레비 전 회장은 지난 25년간 토트넘을 이끌며 구단의 현대화를 이룩한 인물이다. 최첨단 경기장과 훈련 시설을 건설하며 클럽의 위상을 끌어올렸고,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강의 듀오를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의 마지막 인사 역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팀으로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업적 뒤에는 '무관'이라는 치명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케인은 레비 체제 아래에서 구단의 상징으로 활약했지만,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한 채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야 했다. 이 과정에서 레비는 '협상의 달인'답게 케인의 이적을 수차례 막아서며 팬들의 애증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레비가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소식에 케인이 놀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케인은 "솔직히 말하면 놀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도 "레비는 20년 동안 훌륭한 회장이었다. 우리는 관계를 쌓았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 확신한다"며 옛 회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속에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당혹감과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케인의 이 '순진한' 반응과 달리, 축구계의 시선은 냉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포함한 유력 매체들은 레비의 퇴장이 '사임'으로 포장된 '사실상의 경질'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토트넘의 실소유주인 루이스 가문이 더 이상 레비 체제로는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루이스 가문은 팬들이 원하는 것이 더 많은 승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과 접근법이 나타난 이유"라며, 이번 결정이 철저히 구단주 가문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레비의 퇴장은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실패한 축구단 회장'이라는 냉정한 평가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는 토트넘을 부유한 구단으로 만들었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갈망했던 우승의 기쁨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손흥민과 케인이라는 역대급 재능을 보유하고도 정점에 서지 못했던 '레비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케인이 말한 대로 토트넘에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하지만 그 새로운 장이 '애증의 동반자'이자 25년 철권통치자를 내치는 냉혹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케인 자신에게도, 그리고 토트넘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 발칵 뒤집은 '한국어 노래'의 정체…조수미, 이집트 심포니와 선보인 역사적 협연

기념하여, 조수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 문명권의 화합과 우정을 상징하는 문화 외교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현지 시간으로 12일, 이집트 문화의 심장부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조수미 & 카이로 심포니 협연' 음악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 불리며 세계 최정상의 무대를 누벼온 조수미에게도 이번 이집트 공연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이날 무대에서 조수미는 이집트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요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한편, 한국인의 정서가 깃든 가곡을 통해 K-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이집트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가고파'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꽃구름 속에' 중 한 곡이 연주될 계획이어서, 수천 년 역사의 땅에 우리의 가락이 어떻게 울려 퍼질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현지 카이로 오페라단 단원들과의 협연 무대도 마련되어 있어 양국 음악가들이 만들어낼 하모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음악회뿐만 아니라, 양국의 30년 우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도 함께 열린다. 11일부터 28일까지 카이로 이슬람 예술박물관에서는 '함(HAAM): 함께함을 담다'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다. 이 전시에는 지난 30년간 양국이 주고받은 외교 공식 문서와 기록물, 양국 정상이 나눈 선물 등 귀중한 사료 17점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더불어 한국 전통 공예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 8점도 함께 전시되어, 이집트 국민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한국 정부는 이번 30주년 기념행사를 발판 삼아 이집트와의 문화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음 달 카이로에서 열리는 대규모 현대미술 축제 '카이로 인터내셔널 아트 디스트릭'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조수미의 공연으로 시작된 문화 교류의 물결이 미술, 공예 등 다방면으로 퍼져나가며 양국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