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왜 만나줬나?"… 이낙연의 '평산 방문', 칭찬 대신 의문과 비판만 남긴 까닭

2025-09-16 16:43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과시하며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정치권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겉보기엔 훈훈한 전·현직 총리의 만남이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이 고문의 행동을 '기회주의적 작태'라 규정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 양측의 깊어진 감정의 골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이낙연 고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이었다. 그는 "추석 인사를 겸해 평산으로 문재인 대통령 내외분을 아내와 함께 찾았다"며, "근황과 지난 일, 그리고 막걸리 얘기 등 여러 말씀을 나누었다"는 글과 함께 문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총선 참패 이후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친문의 상징'인 문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 사진 한 장에 대해, 민주당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가차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시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이낙연 전 총리가 문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본인하고 희희낙락하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겠나"라고 반문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는 이 고문의 행동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존중보다는 철저히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날 선 지적이었다.

 


박 의원의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 고문의 행보를 "자기 정치적 입지를 모색해 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작태"라고 직격하며 평가를 절하했다.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더 이야기하지 맙시다"라고 말을 맺는 대목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했던 이 고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실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용남 전 의원 역시 냉소적인 분석을 더했다. 그는 "이 전 총리 이름이 정치권 뉴스에서 언급되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며, "정치인은 자기 뉴스가 안 나오는 걸 참기 어렵다. '자기 부고 빼고는 다 좋은 뉴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만남과 사진 공개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 고문의 '존재감 확인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나아가 김 전 의원은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왜 이 전 총리를 만나줬는지 의문"이라며 논란의 화살을 문 전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그는 "물론 찾아오겠다는 사람을 뿌리치기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그러니 나중에 보자'고 할 수도 있지 않냐"고 덧붙이며, 문 전 대통령의 처신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낙연 고문이 의도한 '따뜻한 만남'의 연출은, 결국 정치적 현실에 대한 냉혹한 평가와 함께 또 다른 논쟁의 불씨만 남긴 셈이 되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듀..가나디' 닮은 백제 유물, 박물관 수장고에서 '인스타 스타' 된 사연

포트라이트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넓디넓은 미간에 콩알만 한 눈, 길게 늘어진 중안부 아래 소심하게 자리 잡은 입까지. 마치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듀..가나디'를 연상시키는 '하찮은' 생김새의 한 유물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문화유산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이 신드롬의 주인공은 충남 부여의 옛 백제 왕궁터인 관북리 유적에서 발굴된 6~7세기경의 그릇받침이다. 표면 곳곳에 금이 가 있고, 형태는 투박하기 그지없으며, 심지어 구체적인 용도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정교하고 화려한 유물과는 모든 면에서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못난이' 그릇받침은 지금 소셜미디어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 유물의 사진이 게시되자, 불과 2주 만에 '좋아요' 수가 2만 7천 개를 돌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통상적으로 해당 계정의 게시물 '좋아요'가 수백 개 수준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댓글 창은 MZ세대의 재치 있는 놀이터가 되었다. "백제의 듀물(유물)", "듀..상님(주상님)" 등 이모티콘 캐릭터와 엮은 애정 어린 별명들이 쏟아지며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이러한 현상은 비단 '백제 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문화유산 향유의 흐름을 보면, 이처럼 정형화된 미(美)의 기준에서 벗어난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큰 사랑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역사적 의미가 깊거나 조형적 완성도가 높은 지배층의 유물이 주목받던 과거의 관람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올해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순회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역시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다.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의 장인들이 조물조물 빚어낸, 작고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토우(土偶)들이 젊은 관람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전시를 기획한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기성세대와 달리,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허술하지만 친근한' 매력과 '각자의 개성'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MZ세대의 선호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박물관과 관련 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깰 절호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하여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며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透刻人面文甕形土器)'로 교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얼굴이 새겨진 6세기 신라 토기를 기관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완성도 높은 지배층의 유물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정형화된 미의식에서 벗어난 유물의 매력에 젊은 층이 재치 있는 현대적 해석을 더하며 즐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더 이상 문화유산을 배우고 익혀야 할 '학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즐기는 '놀이'의 대상으로 재창조하는 MZ세대의 새로운 문화 향유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