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강백호…한화, 우승 청부사인가 팀의 미래를 망칠 폭탄인가?
2025-09-16 17:05
강백호가 지닌 가장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바로 그의 나이와 이미 검증이 끝난 방망이다. 이제 겨우 26세, 선수로서 전성기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 그는 이미 통산 1000안타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2018년 데뷔 이후 기록한 통산 타율 0.305, 134홈런, 557타점이라는 성적은 그가 얼마나 압도적인 타자인지를 증명한다. 최근 몇 년간 다소 주춤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 시즌 후반기 매섭게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천재'의 부활을 알렸다.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심지어 젊기까지 한 이 좌타 거포는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 희소한 자원이며, 한화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공격력 부재를 단번에 해결해 줄 가장 확실한 카드임이 분명하다.
특히 현재 한화 타선에 강백호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9월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지만, 한화 타선은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중심 타선에서 묵직하게 무게를 잡아줄 좌타 장타자가 가세한다면, 노시환과의 시너지는 물론 전체적인 타선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김경문 감독의 기용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던 '김인환 카드'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어쩌면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콤한 열매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 강백호 영입에는 수많은 부담 요소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첫 번째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A등급 FA로 분류된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전 소속팀 KT 위즈에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 선수 1명(보호선수 20인 외)과 전년도 연봉의 200%(14억 원)를 내주거나, 혹은 선수를 포기하는 대신 연봉의 300%(21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 젊고 뛰어난 선수인 만큼 장기 계약은 필연적이며, 이 경우 총액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 유망주 팜이 풍부한 한화로서는 피땀 흘려 키운 선수를 보상 선수로 내줘야 한다는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KT 출신 FA'라는 한화의 악몽 같은 트라우마도 무시할 수 없다. 78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투수 엄상백은 올 시즌 1승 7패, 평균자책점 7.09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고, 50억 원을 안겨준 내야수 심우준 역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으로 '실패한 영입'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KT 출신이라는 점은 강백호 영입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일각에서는 외부 FA 영입이라는 화려한 쇼보다, 집안의 기둥인 노시환과의 재계약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가 높다. 올 시즌 비판도 많았지만, 현재 한화 타선의 명실상부한 핵심은 노시환이며 그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강백호라는 불확실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보다, 노시환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강백호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이지만, 그만큼의 위험을 동반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양날의 검이다. 한화 이글스가 과연 이 위험한 도박에 베팅할지, 올 시즌 후 스토브리그의 모든 시선이 대전으로 향하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완벽한 비례, 화려한 장식, 그리고 웅장한 위용. 지금까지 우리가 '문화유산'이나 '국보'를 떠올릴 때 연상하던 가치들은 분명 이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포트라이트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넓디넓은 미간에 콩알만 한 눈, 길게 늘어진 중안부 아래 소심하게 자리 잡은 입까지. 마치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듀..가나디'를 연상시키는 '하찮은' 생김새의 한 유물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문화유산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이 신드롬의 주인공은 충남 부여의 옛 백제 왕궁터인 관북리 유적에서 발굴된 6~7세기경의 그릇받침이다. 표면 곳곳에 금이 가 있고, 형태는 투박하기 그지없으며, 심지어 구체적인 용도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정교하고 화려한 유물과는 모든 면에서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못난이' 그릇받침은 지금 소셜미디어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 유물의 사진이 게시되자, 불과 2주 만에 '좋아요' 수가 2만 7천 개를 돌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통상적으로 해당 계정의 게시물 '좋아요'가 수백 개 수준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댓글 창은 MZ세대의 재치 있는 놀이터가 되었다. "백제의 듀물(유물)", "듀..상님(주상님)" 등 이모티콘 캐릭터와 엮은 애정 어린 별명들이 쏟아지며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이러한 현상은 비단 '백제 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문화유산 향유의 흐름을 보면, 이처럼 정형화된 미(美)의 기준에서 벗어난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큰 사랑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역사적 의미가 깊거나 조형적 완성도가 높은 지배층의 유물이 주목받던 과거의 관람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올해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순회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역시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다.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의 장인들이 조물조물 빚어낸, 작고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토우(土偶)들이 젊은 관람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전시를 기획한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기성세대와 달리,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허술하지만 친근한' 매력과 '각자의 개성'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MZ세대의 선호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박물관과 관련 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깰 절호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하여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며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透刻人面文甕形土器)'로 교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얼굴이 새겨진 6세기 신라 토기를 기관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완성도 높은 지배층의 유물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정형화된 미의식에서 벗어난 유물의 매력에 젊은 층이 재치 있는 현대적 해석을 더하며 즐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더 이상 문화유산을 배우고 익혀야 할 '학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즐기는 '놀이'의 대상으로 재창조하는 MZ세대의 새로운 문화 향유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