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파이더맨이 중국산 짝퉁?" 할리우드, AI 기업에 '전쟁 선포'
2025-09-17 14:18
갈등의 중심에 선 미니맥스는 2021년 상하이에 설립된 AI 기업으로, 이미지 및 영상 생성 앱 '하이뤄 AI(Hailuo AI)'와 캐릭터 기반 챗봇 '토키(Talkie)'를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하이뤄 AI'다. 이들은 "주머니 속 할리우드 스튜디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내세우며 사용자를 유혹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상황과 동작, 장소 등을 입력하기만 하면, 스파이더맨, 슈퍼맨, 다스베이더, 슈렉, 버즈 라이트이어, 벅스 버니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고화질 이미지와 영상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다스베이더가 특정 장소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 모습'을 요청하면, 미니맥스는 보란 듯이 해당 콘텐츠를 자사의 로고와 함께 생성해 제공했다.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자, 수십 년간 쌓아온 캐릭터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할리우드는 주장한다.
특히 디즈니 연합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손해배상 청구를 넘어선, 영화 산업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소장에서 "미국 영화 산업은 2600억 달러(약 350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AI 기업들의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는 이러한 문화 산업의 근간을 파괴하는 직접적인 공격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수차례에 걸쳐 미니맥스 측에 저작권 침해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으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저작권 보호 조치를 구현할 수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즈니 외 대 미니맥스'로 명명된 이번 사건이 창작자의 권리와 기술 발전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 전 세계 콘텐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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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예정일(18일)을 코앞에 두고 돌연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단 하나, 지휘봉을 잡기로 한 라하브 샤니(36)가 이스라엘 태생이라는 점이었다.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으며 2026년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할 예정인 샤니는 현재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이자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클래식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이다.이번 공연을 주최한 플란더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취소의 명분을 밝혔다. 그들은 샤니가 여러 차례 평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페스티벌 측은 샤니의 태도가 이스라엘 정권이 자행한 '집단 학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예술가의 국적과 그가 맡은 직책이 그의 예술 활동 전체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순간이었다.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뮌헨 시와 뮌헨 필하모닉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출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예술가를 배제하는 행위는 유럽의 핵심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샤니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시 "음악은 분열이 아닌 연결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을 천명하며, "우리는 국적과 배경으로 예술가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발표하며 샤니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논란은 기관 간의 대립을 넘어 음악계 전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라스 쉬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등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는 거장들이 대거 샤니 지지 의사를 밝혔고, 수백 명의 체임버 뮤지션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온라인 청원 플랫폼을 통해 페스티벌 측의 공연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한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오히려 전 세계 음악인들의 분노와 연대를 촉발시킨 셈이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푸틴의 친구'라는 이유로 서방 무대에서 퇴출당했던 씁쓸한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는 한,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한 줄타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