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대, 옛 제자 흉기 습격에 피투성이

2025-09-18 09:21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남성이 과거 자신에게 지도를 받았던 여성에게 흉기 습격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며, 10여 년 전 스포츠계를 뒤흔들었던 사제 간 성폭행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행을 넘어,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와 피해자의 오랜 고통을 상징하는 비극으로 해석되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16일 저녁 7시 25분경,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 습격 사건과 관련해 30대 여성 A씨를 특수 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A씨는 40대 남성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얼굴과 손 등에 자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B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건의 배경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복잡하고 비극적인 과거사가 얽혀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및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약 10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였던 B씨로부터 지도를 받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주장은 당시 스포츠계에 큰 충격을 안겼고, 대한빙상연맹은 2014년 B씨에게 영구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이는 지도자의 선수 대상 폭력 및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특수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후, 대한빙상연맹은 재판부의 판결을 근거로 B씨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를 3년 자격 정지로 변경했다. 징계가 해제된 후 B씨는 개인 지도자 자격으로 다시 선수들을 지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피해를 주장하는 측과 가해자로 지목된 측, 그리고 스포츠 행정 기관의 판단이 엇갈리며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경찰은 현재 A씨의 범행 경위와 동기, 그리고 과거 사건과의 연관성 등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특히, 10년 전 발생했던 성폭행 의혹과 그에 따른 징계, 그리고 이후의 상황들이 이번 흉기 습격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 행위를 넘어, 스포츠계에 만연했던 지도자의 권력 남용과 선수 인권 침해 문제, 그리고 피해자들이 겪는 오랜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또한, 징계의 적절성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이 명확히 밝혀지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합당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지휘자 국적 때문에…'전쟁' 터진 클래식계, 대체 무슨 일이?

연이 예정일(18일)을 코앞에 두고 돌연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단 하나, 지휘봉을 잡기로 한 라하브 샤니(36)가 이스라엘 태생이라는 점이었다.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으며 2026년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할 예정인 샤니는 현재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이자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클래식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이다.이번 공연을 주최한 플란더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취소의 명분을 밝혔다. 그들은 샤니가 여러 차례 평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페스티벌 측은 샤니의 태도가 이스라엘 정권이 자행한 '집단 학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예술가의 국적과 그가 맡은 직책이 그의 예술 활동 전체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순간이었다.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뮌헨 시와 뮌헨 필하모닉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출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예술가를 배제하는 행위는 유럽의 핵심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샤니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시 "음악은 분열이 아닌 연결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을 천명하며, "우리는 국적과 배경으로 예술가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발표하며 샤니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논란은 기관 간의 대립을 넘어 음악계 전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라스 쉬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등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는 거장들이 대거 샤니 지지 의사를 밝혔고, 수백 명의 체임버 뮤지션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온라인 청원 플랫폼을 통해 페스티벌 측의 공연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한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오히려 전 세계 음악인들의 분노와 연대를 촉발시킨 셈이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푸틴의 친구'라는 이유로 서방 무대에서 퇴출당했던 씁쓸한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는 한,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한 줄타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