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스티커 뒤에 숨은 배신"… 가격 올리고 정부 돈 빼먹은 대형마트의 ‘가짜 세일’

2025-09-18 17:14

 국민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나랏돈이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된 충격적인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정부의 농산물 할인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행사 직전 상품 가격을 몰래 올렸다가 내리는 '가격 꼼수'로 부당 이득을 챙겼고,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확인되어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기만 행위는 2023년 정부가 추진한 농산물 할인 지원 사업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해당 사업은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때 업체가 가격의 20%를 할인해주면, 정부가 그 할인액을 구매자 1인당 1만 원 한도 내에서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좋은 취지였지만,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 제도를 악용했다.

 

감사원이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할인 대상 품목 313개 중 무려 132개(약 42%) 품목의 가격이 할인 행사 직전에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1만 원에 팔던 상품의 가격을 행사 직전 1만 2500원으로 올린 뒤, 20% 할인 스티커를 붙여 다시 1만 원에 파는 식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전혀 할인을 받지 못했지만, 업체는 정부로부터 2500원의 할인 보전금을 챙겨가게 된다. 결국 물가 안정을 위해 투입된 국민 혈세가 고스란히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농식품부의 태도다. 농식품부는 이미 지난해 9월, 자체 점검을 통해 업체들의 이러한 꼼수 수법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제재나 시정 조치 없이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며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방치했다.

 


농식품부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 결과, 중소 유통업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대형업체에만 특혜성 지원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농식품부는 2023년, 정부가 직접 지정한 품목에 대해서만 할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사업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대형업체들로부터 지원 품목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중소 유통업체들은 배제한 채 대형업체만을 대상으로 지정 외 48개 품목에 대해 33억 8천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했다. 심지어 같은 해 말에는 그동안 사업에 참여해왔던 중소업체들을 뚜렷한 이유 없이 임의로 제외하고 대형업체만을 대상으로 119억 원을 지원하는 등 노골적인 차별 행정을 펼쳤다.

 

한편, 지난해 여름 국민을 힘들게 했던 '배춧값 급등' 사태의 책임 일부도 정부의 안일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여름철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해 둔 봄배추를, 정작 가격이 안정적이던 7월과 8월 초에 시장에 과다하게 방출했다. 이로 인해 정작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9월에는 시장에 개입할 물량이 부족해 가격 폭등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러한 판단 착오의 배경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엉터리 수요 예측이 있었다. 연구원은 봄배추 저장 업체의 실제 저장량이나 출하 시기 등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여름철 배추 가격을 전망했고, 실제 가격과 무려 40%에 달하는 오차를 보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대해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대형업체 특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전국 딱 하나뿐인 '이 축제'에 국악의 사활 걸렸다…작곡가 40명 총출동, 무슨 일이?

가 되는 '국악'은 연주자 중심의 한계에 갇혀 새로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그 돌파구로 '작곡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선언이 나온 것이다. 이 담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2025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가 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기존의 명곡을 재연하는 무대를 넘어, K-컬처가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새로운 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샘'이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연주 기량만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으며, 국악의 미래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양산할 작곡가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이러한 비전을 증명하듯, 다음 달 1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고(故) 황병기 명인과 같은 거장부터 서양음악 전공자, 아시아 주변국 작곡가, 그리고 20~30대의 젊은 피에 이르기까지 무려 40여 명의 작곡가가 대거 참여하여 국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쏟아낸다. 전국 10개의 국공립 관현악단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그야말로 국악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첫 무대를 여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곡을 하프와 기타 협주곡으로 재탄생시키는가 하면, KBS국악관현악단은 독일계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타카시 로렌스 바슈카우와 협연하며 서구의 이성과 동양의 감성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사운드를 탐색한다. 이는 국악관현악이 더 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닌, 세계와 호흡하는 현대음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번 축제에서는 국악계의 '음악 DNA'가 대를 이어 흐르는 흥미로운 장면도 포착된다. KBS국악관현악단이 선보이는 이상규 작곡가의 작품에 이어, 그의 딸인 이경은 작곡가가 전주시립국악단과 함께 거문고 협주곡 '유현의 춤'을 선보이며 부녀 작곡가가 나란히 한 축제에 이름을 올린다. 또한, 창단 2년차의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아시아의 소리'를 주제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민속 악기와의 협연을 통해 국악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창극 '리어'의 소리꾼 이광복, 밴드 '서도'의 보컬 서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역시 국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박범훈 축제추진위원장이 "전국의 프로 국악관현악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창작곡 중심의 축제를 여는 것은 역사상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듯이, 이번 축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K-컬처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창작 기반을 다지는 혁명적인 움직임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