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만든 ‘깐깐한 시험’, 바이든이 폐지하더니… 돌고 돌아 부활한 진짜 이유

2025-09-18 17:16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귀화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더 높고 험난한 장벽이 세워질 전망이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연방이민국이 오는 10월 중순부터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귀화 시험의 난이도를 대폭 상향 조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문제 몇 개를 더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시험의 구조와 평가 기준 자체를 더 까다롭게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귀화 신청자들의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미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2008년판' 시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되었다가 5개월 만에 폐지되었던 '2020년판' 시험이 전격 부활한다. 두 시험 버전의 차이는 명확하다. 귀화 신청자가 시험을 대비해 공부해야 할 '역사와 정부' 관련 문제은행 문항 수가 현행 100개에서 128개로 늘어난다. 암기하고 숙지해야 할 내용의 범위 자체가 넓어지는 것이다.

 

더욱 실질적인 변화는 실제 시험 현장에서 일어난다. 시민권 시험은 귀화 면접 과정에서 이민국 직원이 문제은행에서 무작위로 문항을 뽑아 질문하고 신청자가 구두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행 '2008년판' 시험에서는 면접관이 10개의 질문을 던지고 이 중 6개 이상을 맞히면 합격이지만, 부활하는 '2020년판' 시험에서는 총 20개의 질문을 받게 되며 합격 기준선 역시 12개 이상 정답으로 크게 높아진다. 맞춰야 하는 절대적인 문항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라, 신청자들이 체감하는 압박감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2020년판' 시험이 겪어온 파란만장한 역사다. 이 시험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이민 장벽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 12월 1일 야심 차게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듬해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불필요한 장벽을 만든다"는 이유로 취임 직후 이 시험을 즉각 폐지하고, 불과 5개월 만인 2021년 5월 1일부터 다시 '2008년판' 시험으로 되돌려 놓았다. 정권 교체에 따라 시험 제도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셈인데,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스스로 폐지했던 트럼프 시대의 '어려운 시험'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민권 시험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불합격에 대한 공포도 커지게 됐다. 시험에서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해 불합격할 경우, 단 한 차례의 재시험 기회만이 주어진다. 만약 두 번째 시험에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되면, 해당 귀화 신청 건은 최종적으로 거부 처리되어 미국 시민이 되려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단 두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이 걸려있는 만큼, 더 넓어진 학습 범위와 까다로워진 합격 기준은 귀화 신청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지휘자 국적 때문에…'전쟁' 터진 클래식계, 대체 무슨 일이?

연이 예정일(18일)을 코앞에 두고 돌연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단 하나, 지휘봉을 잡기로 한 라하브 샤니(36)가 이스라엘 태생이라는 점이었다.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으며 2026년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할 예정인 샤니는 현재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이자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클래식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이다.이번 공연을 주최한 플란더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취소의 명분을 밝혔다. 그들은 샤니가 여러 차례 평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페스티벌 측은 샤니의 태도가 이스라엘 정권이 자행한 '집단 학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예술가의 국적과 그가 맡은 직책이 그의 예술 활동 전체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순간이었다.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뮌헨 시와 뮌헨 필하모닉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출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예술가를 배제하는 행위는 유럽의 핵심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샤니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시 "음악은 분열이 아닌 연결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을 천명하며, "우리는 국적과 배경으로 예술가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발표하며 샤니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논란은 기관 간의 대립을 넘어 음악계 전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라스 쉬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등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는 거장들이 대거 샤니 지지 의사를 밝혔고, 수백 명의 체임버 뮤지션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온라인 청원 플랫폼을 통해 페스티벌 측의 공연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한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오히려 전 세계 음악인들의 분노와 연대를 촉발시킨 셈이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푸틴의 친구'라는 이유로 서방 무대에서 퇴출당했던 씁쓸한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는 한,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한 줄타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