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투입’은 여유의 상징… 엔리케의 PSG,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 위용 과시

2025-09-18 17:02

 유럽 축구의 최정상을 향한 파리 생제르맹(PSG)의 화려한 여정이 압도적인 승리로 그 서막을 열었다. PSG는 18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아탈란타와의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쇼를 보여주듯 이탈리아의 강호를 4-0으로 완파했다. 이강인은 팀이 완벽하게 승기를 잡은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약 35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대승에 힘을 보탰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지 단 3분 만에, PSG는 승리를 예감케 하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파비안 루이스가 영리하게 내준 공을 주장 마르퀴뇨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른 시간에 터진 골은 아탈란타를 흔들기에 충분했고, PSG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폭풍처럼 몰아붙였다.

 

선제골 이후 PSG의 공격은 쉴 틈이 없었다. 전반 5분 누누 멘데스의 강력한 슈팅을 시작으로, 6분에는 마율루, 8분에는 바르콜라가 연달아 아탈란TA의 골문을 위협했다. 아탈란타는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키의 눈부신 선방 쇼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무너질 수도 있었던 위기의 연속이었다. 골키퍼 혼자 고군분투하던 아탈란타는 전반 27분 파샬리치의 헤더로 반격을 노렸지만, 공은 아쉽게 골대를 넘어갔다. 위기를 넘긴 PSG는 다시 주도권을 잡았고, 결국 전반 36분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오른쪽 측면을 허문 하키미의 패스를 받은 흐비차 크바라트스켈리아가 박스 바깥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추가 골을 만들어냈다. 아탈란타 수비진과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완벽한 득점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2골을 내준 아탈란타는 공격진에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경기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PSG는 후반 6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멘데스가 어려운 각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아탈란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점수 차가 3-0으로 벌어지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여유롭게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10분, 이강인이 자이르 에머리와 함께 그라운드에 투입되며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강인은 안정적인 볼 키핑과 패스로 팀의 공격 전개를 도우며 남은 시간 동안 중원을 지켰다. PSG는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교체 투입된 곤살루 하무스가 쐐기 골까지 터뜨리며 홈 팬들 앞에서 완벽한 승리를 자축했다. 아탈란타는 단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한 채, PSG의 막강한 화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챔피언스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지휘자 국적 때문에…'전쟁' 터진 클래식계, 대체 무슨 일이?

연이 예정일(18일)을 코앞에 두고 돌연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단 하나, 지휘봉을 잡기로 한 라하브 샤니(36)가 이스라엘 태생이라는 점이었다.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으며 2026년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할 예정인 샤니는 현재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이자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클래식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이다.이번 공연을 주최한 플란더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취소의 명분을 밝혔다. 그들은 샤니가 여러 차례 평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페스티벌 측은 샤니의 태도가 이스라엘 정권이 자행한 '집단 학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예술가의 국적과 그가 맡은 직책이 그의 예술 활동 전체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순간이었다.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뮌헨 시와 뮌헨 필하모닉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출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예술가를 배제하는 행위는 유럽의 핵심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샤니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시 "음악은 분열이 아닌 연결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을 천명하며, "우리는 국적과 배경으로 예술가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발표하며 샤니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논란은 기관 간의 대립을 넘어 음악계 전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라스 쉬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등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는 거장들이 대거 샤니 지지 의사를 밝혔고, 수백 명의 체임버 뮤지션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온라인 청원 플랫폼을 통해 페스티벌 측의 공연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한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오히려 전 세계 음악인들의 분노와 연대를 촉발시킨 셈이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푸틴의 친구'라는 이유로 서방 무대에서 퇴출당했던 씁쓸한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는 한,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한 줄타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