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式 '국익 최우선' 외교, 타임지에 통했다
2025-09-19 09:58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이 당면한 현실을 '매우 심각한 위기'로 규정하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세계가 한국을 첨단 기술과 한류(K-팝)의 발원지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선진국 중에서도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그리고 심각한 청년 실업률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고, 모든 국민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역설하며, 이러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위기 극복 의지는 그의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경북의 가난한 농촌에서 일곱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산업재해로 손목을 크게 다치고, 생활고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죽는 것도 힘들었다. 죽지도 못한다면, 더 잘살아 보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회고한 부분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절망의 나락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법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인권 변호사,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마침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그의 서사는, 한국이 최빈국에서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강의 기적'과도 같은 재도약의 과정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자신의 경험과 굳건한 신념, 그리고 한국인의 불굴의 국민성을 바탕으로 '국익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복잡다단한 국내외 현안들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곧 한국 사회 전반의 '재시동(리부트)'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임지는 과거에도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행보와 메시지를 꾸준히 조명해왔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아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히며 개혁·개방 정책을 강조했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검증과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에 대한 평가를 담은 기사를 내놓았으며,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한반도 평화 구상과 함께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국내 정치적 부담을 함께 언급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했다. 이처럼 각 대통령의 인터뷰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한국이 직면했던 정치적 과제들을 반영하는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도발 억제와 인도적 지원,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동맹과 비핵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부각 등 외교와 안보 현안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한 점은 역대 대통령들이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미중 갈등이라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스탠스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속에서 미국과 함께할 것이지만,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이 두 진영 간 갈등의 최전선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국익을 위한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타임지 인터뷰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과 한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전달하는 동시에, 그의 임기 동안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가 되는 '국악'은 연주자 중심의 한계에 갇혀 새로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그 돌파구로 '작곡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선언이 나온 것이다. 이 담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2025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가 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기존의 명곡을 재연하는 무대를 넘어, K-컬처가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새로운 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샘'이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연주 기량만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으며, 국악의 미래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양산할 작곡가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이러한 비전을 증명하듯, 다음 달 1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고(故) 황병기 명인과 같은 거장부터 서양음악 전공자, 아시아 주변국 작곡가, 그리고 20~30대의 젊은 피에 이르기까지 무려 40여 명의 작곡가가 대거 참여하여 국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쏟아낸다. 전국 10개의 국공립 관현악단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그야말로 국악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첫 무대를 여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곡을 하프와 기타 협주곡으로 재탄생시키는가 하면, KBS국악관현악단은 독일계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타카시 로렌스 바슈카우와 협연하며 서구의 이성과 동양의 감성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사운드를 탐색한다. 이는 국악관현악이 더 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닌, 세계와 호흡하는 현대음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번 축제에서는 국악계의 '음악 DNA'가 대를 이어 흐르는 흥미로운 장면도 포착된다. KBS국악관현악단이 선보이는 이상규 작곡가의 작품에 이어, 그의 딸인 이경은 작곡가가 전주시립국악단과 함께 거문고 협주곡 '유현의 춤'을 선보이며 부녀 작곡가가 나란히 한 축제에 이름을 올린다. 또한, 창단 2년차의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아시아의 소리'를 주제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민속 악기와의 협연을 통해 국악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창극 '리어'의 소리꾼 이광복, 밴드 '서도'의 보컬 서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역시 국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박범훈 축제추진위원장이 "전국의 프로 국악관현악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창작곡 중심의 축제를 여는 것은 역사상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듯이, 이번 축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K-컬처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창작 기반을 다지는 혁명적인 움직임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