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나선 친명 핵심 "지도부·법사위원장 탓"…대통령실 감싸고 야당엔 '선 긋기'

2025-10-02 16:22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이 당내 지도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그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았다. 특히 당 지도부와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주도했던 법사위원장 등이 현재의 상황을 무겁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지목하며, 당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당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지지율 하락의 구체적인 원인으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당의 행태를 지목했다. 강렬한 지지층의 의견에만 따르는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응이 때로는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중도층의 민심을 잃게 만드는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이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는 대통령실의 우려와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데 지지율이 떨어져 안타깝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당의 현재 모습이 대통령실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여야 극한 대치의 상징이 되어버린 법사위의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재구조화'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사용했다. 지금의 법사위는 너무나 소모적이고, 국민이 보기에도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여당 주도로 강행됐던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들었다. 당사자가 없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에 대해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였다고 평가하며,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는 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채 명분 없는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지지율 하락의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공세에는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쳤다. 국정감사 증인 출석 문제로 논란이 된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에 대해서는 "부속실장이 국감에 나온 전례가 없다"며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익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민주당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가 결국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는 특가법상 뇌물 등 여러 혐의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히 배임죄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서 재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 내부를 향해서는 날 선 비판을 제기하면서도, 대통령을 보호하는 친명 핵심으로서의 역할도 분명히 한 셈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서양 꽃꽂이와는 근본이 다르다\"…우리가 몰랐던 K-꽃꽂이에 담긴 진짜 철학

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관객 참여형 궁중극 '시간여행'과 노년층 맞춤형 화훼 체험 '동궐 장원서'가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역사의 현장을 직접 거닐고, 배우와 소통하며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새로운 형태의 궁궐 체험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이번 행사는 역사의 공간이 가진 힘을 극대화하여, 관객이 직접 시간 여행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기획되었다.이번 축전의 백미는 단연 120분간 창경궁의 네 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 궁중극 '시간여행'이다. 이 극은 관객을 단순한 구경꾼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명정문 앞에서 관객들은 가뭄과 홍수로 고통받는 영조 시대의 백성이 되어, 임금이 직접 곡식을 나눠주는 구휼 의식 '임문휼민의'에 참여한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고 문답을 주고받으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통역관 배역을 따로 두어 언어의 장벽을 허문 세심함이 돋보였다. 명정전에서는 성종 시대의 궁중 연회가 재현되고, 경춘전에서는 정조의 탄생 설화가, 통명전에서는 관객이 직접 간택 후보가 되어 왕비가 결정되는 극적인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이는 역사를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참여하는 살아있는 경험으로 탈바꿈시킨 파격적인 시도다.궁궐의 또 다른 한편인 대온실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행사가 열렸다. 조선시대 궁궐의 조경과 화훼를 담당하던 '장원서'를 주제로 한 전통 화훼 체험 프로그램은 '60세 미만 참여 불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오직 노년층만을 위해 마련된 이 공간에서 참여자들은 '반려화분 만들기'를 통해 궁중 원예 문화를 체험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전통차와 다과를 즐겼다. 특히 한국 꽃꽂이 명인에게 직접 듣는 우리 꽃꽂이의 철학은 프로그램의 깊이를 더했다. 서양이 형태와 이성을 중시하며 플로랄 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하늘과 땅,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며 자연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은 참여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한노인회 종로구지회 소속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행복이 가득했다. 83세의 한 참여자는 "나이 먹은 사람들을 특별히 초청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는 사실에 오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생전 처음으로 이런 문화 체험에 참여해본다는 77세의 또 다른 참여자 역시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창경궁의 가을 축제는 잊혔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리고, 특정 세대를 위한 맞춤형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사를 넘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