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드라마 속 음식의 비밀, 5초 장면 위해 '몇 달 밤샘'까지?

2025-10-22 18:48

 드라마 속 음식이 단순한 소품을 넘어 서사의 중심을 관통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음식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하며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요리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관계가 형성되며, 시청자들은 화면 속 음식에 함께 울고 웃는다. 이처럼 음식의 비중이 커지면서, 스크린 뒤에서 이 모든 음식을 창조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대본을 해석하고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또 다른 연출가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작업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획 단계부터 작가, 감독과 함께 대본을 분석하며 음식의 역할과 의미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로는 대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뉴를 역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 시대적 배경을 완벽하게 반영하기 위해 몇 달에 걸친 자료 조사는 기본이다. 영화 '아가씨'에 등장한 5초 남짓의 장면을 위해 15일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1980년대 재벌가 식탁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 사용했을 법한 식기와 식재료, 시대상을 꼼꼼히 고증했다. 단순히 '피 흘리는 케이크'라는 지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를 위한 케이크인지, 왜 피를 흘려야 하는지를 알아야 피의 색과 점도까지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해 보이는 결과물 뒤에는 고된 노동의 현실이 숨어있다. 물과 불을 사용하기 어려운 촬영 현장은 다반사이며, 한 장면을 위해 수십 인분의 요리를 하거나 여러 번의 재촬영에 대비해 실제 필요한 양의 6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초콜릿'에서는 조리 과정 장면을 위해 70인분 이상의 음식을 준비해야 했고, 촬영 중 소음이나 빛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세트장 한구석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요리를 해야만 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땀과 노력이 응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음식들은 과연 맛도 있을까. 많은 이들이 품는 이 궁금증에 대해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야 생생한 연기가 나온다는 철학 때문이다. 이들은 최고급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며, 배우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당신의 맛' 촬영 당시 배우 강하늘은 여러 테이크를 거치며 준비된 떡갈비 1.5kg을 모두 먹어치웠고, '철인왕후'의 주인공 신혜선은 장조림이 너무 맛있다며 따로 싸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진짜 먹방'을 이끌어내는 맛의 비밀이야말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음식 명장면을 탄생시키는 궁극적인 원동력이다.

 

권시온 기자 kwonsionon3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무대 위 검은 의자 셋, 그리고 세 배우가 빚어낸 소름 돋는 '유령'의 실체!

렸다. '연극계 히트 메이커'로 불리는 이들의 저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2011년 결성된 양손프로젝트는 연출 박지혜와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네 명으로 구성된 공동 창작 집단이다. 이들은 창작 과정에서 역할 구분을 명확히 두지 않고 치열한 설득과 토론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 텍스트의 이면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법으로 재해석하고, 무대는 빈 공간에 소품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 초 국립극단의 기획 초청작 '파랑새&전락'으로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이들은, 이번 '유령들'을 시작으로 3년간 매해 한 편씩 선보일 헨리크 입센 3부작 시리즈의 첫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최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양손프로젝트는 입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구조가 정교하게 장식 없이 직진하는 느낌이 있다. 그게 저희 팀 성격과 잘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다자이 오사무, 현진건 등 국내외 소설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면, 이번에는 입센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는 '유령'으로 번역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이 원작인 이 작품은, 노르웨이 시골 마을 저택에 사는 알빙 부인이 종교적, 사회적 억압에 갇혀 파멸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병, 간통, 근친상간, 안락사 등 파격적인 내용으로 당시 노르웨이에서는 공연이 금지될 정도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알빙 부인은 만데르스 목사에게, 사회 관습에,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요당하는데, 이는 가부장의 민낯을 드러내고 끝내 망가져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페미니즘적 작품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고 알빙 부인은 자신을 억누르는 모든 것을 '유령' 같다고 표현한다.박지혜 연출은 자신이 생각하는 '유령'에 대해 "우리 모두는 체면을 중시하고 사회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작품이 쓰일 당시에도 느껴지던 사회적 비난과 매장에 대한 두려움이 현대 사회에도 연결되는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손상규 배우는 여기에 덧붙여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실체 없는 모든 것들이야말로 '유령'"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사면을 관객이 둘러싸고 관람하는 독특한 구조를 택했다. 배우들은 무채색의 장식 없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무대 위에는 크기와 형태가 다른 검은 의자 세 개만이 놓여 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알빙 부인이 심리적 압박을 느낄 때는 빛을 이용해 공간을 좁히는 연출을 활용하여 관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박지혜 연출은 "마당처럼 열린 공간인 동시에 조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에 갇힌 듯한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다"며, "집에 흰 바닥에 검은 가구를 두지는 않는데,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곳"이라고 무대 의도를 밝혔다.이번 작품에서는 세 명의 배우가 총 다섯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양조아 배우가 맡은 알빙 부인 역할을 제외한 나머지 역할은 손상규와 양종욱 배우가 번갈아 가며 소화한다. 희곡 속 지문(해설)을 직접 말하는 것 역시 양손프로젝트가 자주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인데, 이를 통해 관객은 연극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고 몰입할 수 있다. 어느덧 결성 15주년을 맞이한 양손프로젝트가 이토록 오랫동안 함께 작업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손상규 배우는 "양손프로젝트에서 작업할 때는 외부에서 할 때와 달리 속 시원히 다 얘기하고 부딪힐 수 있다"며, "일하기 위해 만난 사이지만 이해관계라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며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이들의 방식이 바로 '양손프로젝트'를 연극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