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속 피해 노래하던 '불법' 밴드, 홍대 30년의 역사가 되다
2025-10-22 18:50
홍대 인디 씬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한 살아있는 역사, 록 밴드 크라잉넛이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첫발을 뗀 이들은 멤버 교체 없이 3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한국 펑크 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30년은 단순히 한 밴드의 역사를 넘어, 척박한 환경 속에서 뿌리내리고 꽃을 피운 홍대 인디 문화의 연대기와 같다. 크라잉넛은 이를 기념하며 홍대 상상마당에서 특별 전시 '말 달리자'와 공연 '너트 30 페스티벌'을 열고, 자신들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의 인디 씬 전체에 바치는 선물을 준비했다. 이번 행사는 그들이 어떻게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집대성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지금의 명성과 달리, 30년 전 이들의 시작은 초라하고 위태로웠다. 관객이 단 한두 명에 불과한 텅 빈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것은 예삿일이었고, 그마저도 관객들이 한꺼번에 화장실에 가면 연주를 멈추고 기다려야 했다. 당시 라이브 클럽 공연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불법 행위였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간에서 2인 이상이 공연을 할 수 없었기에, 이들은 '유흥종사자'로 분류되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의 단속을 늘 의식해야만 했다. 키보디스트 김인수의 말처럼, 인디 씬 자체가 "위기를 품고 시작된 것"이었고, 크라잉넛의 초창기는 불법의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펼쳐나간 투쟁의 시간이었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30년간 단 한 명의 멤버 교체도 없이 밴드를 지켜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들은 입을 모아 "친구들이 모여 만든 밴드"라는 점을 꼽는다. 여행이나 술자리보다 함께 밴드를 하며 공연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순수한 열정이 이들을 묶어준 끈이었다. 정원에서 관리받으며 자란 화초가 아닌, 길 위에서 마음껏 피어난 '야생화'처럼 이들은 수많은 풍파를 견뎌내며 스스로 생존했음을 자부한다. "메시나 호날두가 있는 팀은 아니지만, 각자의 장점을 살려 앞으로의 30년도 잘 달려가겠다"는 다짐처럼, 이들의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와 공연은 그들의 거칠지만 빛나는 여정을 직접 확인하고 함께 호흡할 기회가 될 것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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렸다. '연극계 히트 메이커'로 불리는 이들의 저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2011년 결성된 양손프로젝트는 연출 박지혜와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네 명으로 구성된 공동 창작 집단이다. 이들은 창작 과정에서 역할 구분을 명확히 두지 않고 치열한 설득과 토론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 텍스트의 이면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법으로 재해석하고, 무대는 빈 공간에 소품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 초 국립극단의 기획 초청작 '파랑새&전락'으로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이들은, 이번 '유령들'을 시작으로 3년간 매해 한 편씩 선보일 헨리크 입센 3부작 시리즈의 첫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최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양손프로젝트는 입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구조가 정교하게 장식 없이 직진하는 느낌이 있다. 그게 저희 팀 성격과 잘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다자이 오사무, 현진건 등 국내외 소설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면, 이번에는 입센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는 '유령'으로 번역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이 원작인 이 작품은, 노르웨이 시골 마을 저택에 사는 알빙 부인이 종교적, 사회적 억압에 갇혀 파멸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병, 간통, 근친상간, 안락사 등 파격적인 내용으로 당시 노르웨이에서는 공연이 금지될 정도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알빙 부인은 만데르스 목사에게, 사회 관습에,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요당하는데, 이는 가부장의 민낯을 드러내고 끝내 망가져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페미니즘적 작품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고 알빙 부인은 자신을 억누르는 모든 것을 '유령' 같다고 표현한다.박지혜 연출은 자신이 생각하는 '유령'에 대해 "우리 모두는 체면을 중시하고 사회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작품이 쓰일 당시에도 느껴지던 사회적 비난과 매장에 대한 두려움이 현대 사회에도 연결되는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손상규 배우는 여기에 덧붙여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실체 없는 모든 것들이야말로 '유령'"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사면을 관객이 둘러싸고 관람하는 독특한 구조를 택했다. 배우들은 무채색의 장식 없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무대 위에는 크기와 형태가 다른 검은 의자 세 개만이 놓여 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알빙 부인이 심리적 압박을 느낄 때는 빛을 이용해 공간을 좁히는 연출을 활용하여 관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박지혜 연출은 "마당처럼 열린 공간인 동시에 조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에 갇힌 듯한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다"며, "집에 흰 바닥에 검은 가구를 두지는 않는데,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곳"이라고 무대 의도를 밝혔다.이번 작품에서는 세 명의 배우가 총 다섯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양조아 배우가 맡은 알빙 부인 역할을 제외한 나머지 역할은 손상규와 양종욱 배우가 번갈아 가며 소화한다. 희곡 속 지문(해설)을 직접 말하는 것 역시 양손프로젝트가 자주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인데, 이를 통해 관객은 연극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고 몰입할 수 있다. 어느덧 결성 15주년을 맞이한 양손프로젝트가 이토록 오랫동안 함께 작업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손상규 배우는 "양손프로젝트에서 작업할 때는 외부에서 할 때와 달리 속 시원히 다 얘기하고 부딪힐 수 있다"며, "일하기 위해 만난 사이지만 이해관계라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며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이들의 방식이 바로 '양손프로젝트'를 연극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