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옥살이 끝에 '무죄'...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충격 반전
2025-10-28 17:48
2009년 전남 순천의 한 마을을 충격에 빠뜨렸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진실이 15년 만에 뒤집혔다. 아내이자 친모를 독살한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온 백 모(75) 씨와 그의 딸(41)이 재심을 통해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는 28일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이들 부녀에게 씌워졌던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부녀는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회한과 안도감을 동시에 표출했다.이번 재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핵심적인 이유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자행된 심각한 절차적 위법성과 증거의 신빙성 부족이었다. 재판부는 딸 백 씨가 지능지수 74점의 경계성 지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이나 진술거부권 고지와 같은 기본적인 피의자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백 내용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을 들어 수사기관이 반복적인 유도 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버지 백 씨의 경우,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조서 내용을 확인하거나 열람할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이 위법으로 인정됐다. 결국, 유죄의 핵심 증거였던 부녀의 자백은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배척되었다.

이로써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로 엇갈렸던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12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무죄로 바로잡혔다. 한글을 깨치지 못하거나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회적 약자가 수사기관의 강압과 유도 신문 앞에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다만 재판부는 딸의 별개 혐의인 성범죄 무고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15년간 이어진 비극의 완전한 종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6세 청년 정효원 씨의 사망을 둘러싼 '과로사'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인..


오케스트라 최초로 카네기홀의 정식 기획공연 시리즈에 초청받아 뉴요커들 앞에 섰다.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의 손끝에서 시작된 첫 곡은 '지옥(Inferno)'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팀파니의 묵직한 울림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더니, 이내 모든 악기가 광기 어린 질주를 시작하며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의 풍경을 음표로 그려낸 이 곡은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인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의 신작으로, 그의 명성다운 파격과 흡인력으로 뉴욕의 밤을 강렬하게 열어젖혔다.정재일 감독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불꽃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고뇌를 음악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그의 철학이 담긴 강렬한 무대가 끝나고, K클래식의 또 다른 자부심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선보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주의 음악의 정수로, 김봄소리는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선율로 곡이 가진 서정미를 극대화하며 뉴욕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녀의 활 끝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며 K클래식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이날 공연의 대미는 러시아 낭만주의 교향곡의 걸작으로 꼽히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 장식했다. 특히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서정적인 3악장이 연주될 때, 2,8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선율에 온전히 빠져드는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이윽고 숨 막히는 정적이 끝나고 화려하고 장엄한 4악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대서사의 막을 내리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선 관객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는 한동안 연주홀을 가득 채우며 식을 줄 몰랐고, 이는 서울시향이 뉴욕의 심장부에서 거둔 역사적인 성공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카네기홀을 성공적으로 정복한 서울시향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오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오클라호마 맥나이트센터로 무대를 옮겨 K클래식의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뉴욕 공연은 단순히 한 오케스트라의 성공적인 연주를 넘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에 우뚝 선 한국 클래식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재일의 현대음악부터 멘델스존과 라흐마니노프의 고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울시향의 행보는 K클래식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