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도 못 먹었다" 26세…런베뮤, 과로사 의혹에 '나 몰라라'

2025-10-29 09:47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6세 청년 정효원 씨의 사망을 둘러싼 '과로사'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인천점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정 씨는 입사 14개월 만에 꿈을 펼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특별한 지병이 없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유족은 정 씨의 사망 원인을 과도한 업무에서 찾고 있다.

 

정 씨의 아버지는 2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평소 건강했으며, 사망 전 일주일간 약 80시간, 이전 12주 평균 5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는 "아들이 열심히 일하다 이렇게 된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세상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런베뮤의 '문제 해결사'로 불리며 여러 지점을 오가며 헌신적으로 일했고, 특히 인천점 오픈 준비에 매진하다 변을 당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인천으로 발령받은 후 급격히 피로를 호소했으며, 여자친구에게 "하루 한 끼도 못 먹었다"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유족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회사의 태도다. 장례식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던 런베뮤 임원이 정 씨의 사촌이 공인노무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돌변, "과로사로 산재 신청 시도 시, 직원들이 과로사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밝힐 것"이라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이후 회사는 언론 보도 전까지 유족과의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인 LBM은 2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족의 주장을 반박했다. LBM은 "직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3.5시간이며, 고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이라며 "주 80시간 근무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추후 노동청 등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근태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은 회사가 제공한 근무 스케줄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 씨의 여자친구 메시지, 노트북 기록, 교통카드 내역 등을 토대로 실제 근무 시간을 추정했다. 정 씨의 사망 전날 메시지에는 오전 8시 출근, 자정 넘어 숙소 도착 후 피곤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유족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건장했던 청년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이를 둘러싼 유족과 회사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는 노동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이게 K클래식?"…'지옥의 선율'이 끝나자 뉴요커들은 모두 일어섰다

오케스트라 최초로 카네기홀의 정식 기획공연 시리즈에 초청받아 뉴요커들 앞에 섰다.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의 손끝에서 시작된 첫 곡은 '지옥(Inferno)'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팀파니의 묵직한 울림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더니, 이내 모든 악기가 광기 어린 질주를 시작하며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의 풍경을 음표로 그려낸 이 곡은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인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의 신작으로, 그의 명성다운 파격과 흡인력으로 뉴욕의 밤을 강렬하게 열어젖혔다.정재일 감독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불꽃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고뇌를 음악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그의 철학이 담긴 강렬한 무대가 끝나고, K클래식의 또 다른 자부심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선보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주의 음악의 정수로, 김봄소리는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선율로 곡이 가진 서정미를 극대화하며 뉴욕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녀의 활 끝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며 K클래식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이날 공연의 대미는 러시아 낭만주의 교향곡의 걸작으로 꼽히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 장식했다. 특히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서정적인 3악장이 연주될 때, 2,8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선율에 온전히 빠져드는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이윽고 숨 막히는 정적이 끝나고 화려하고 장엄한 4악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대서사의 막을 내리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선 관객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는 한동안 연주홀을 가득 채우며 식을 줄 몰랐고, 이는 서울시향이 뉴욕의 심장부에서 거둔 역사적인 성공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카네기홀을 성공적으로 정복한 서울시향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오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오클라호마 맥나이트센터로 무대를 옮겨 K클래식의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뉴욕 공연은 단순히 한 오케스트라의 성공적인 연주를 넘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에 우뚝 선 한국 클래식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재일의 현대음악부터 멘델스존과 라흐마니노프의 고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울시향의 행보는 K클래식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