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마지막 연설' 발언에…정청래 "명백한 대선 불복" 격노

2025-11-05 17:19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정당 해산'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정 대표는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두고 '마지막 시정연설'이라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를 "공당 대표가 했다고 믿을 수 없는 민생을 볼모로 한 협박"이자 "명백한 대선 불복 선언"이라고 규정하며, 여당 대표의 발언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 현직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심각한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여야 간의 갈등이 단순한 정책 대립을 넘어, 정권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의 험악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대표의 날 선 비판은 국민의힘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배경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반발하며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보이콧했다. 정 대표는 이 지점에서 추 전 원내대표의 혐의를 직접 거론하며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추 전 원내대표가 과거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며, 만약 이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는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이러한 혐의를 받는 인물을 두둔하기 위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라는 헌법적 책무마저 내팽개쳤다며 "참으로 유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의 불참 명분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오히려 비판의 칼날을 되돌려준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 해산'이라는, 정치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만약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유죄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그를 비호하고 나선 국민의힘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 개인의 범죄 혐의를 당 전체의 존립 문제와 직접 연결시킨 것으로, 국민의힘의 대응을 '내란에 직접 가담한 행위'로 규정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초강경 발언은 단순히 감정적인 비난을 넘어, 향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국민의힘 전체를 위헌 정당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는 정치적 포석까지 깔아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 대표는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며 국민의힘의 행태를 비꼬는 것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선 대통령 본인(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를 거부하더니, 새 정부가 들어서니 의원들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듣기를 거부한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의회주의를 경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당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을 마지막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보라"는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이는 정당 해산 가능성을 재차 상기시키며, 오늘의 선택이 장 대표 자신과 국민의힘의 정치적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존폐 기로에서 역대 최대로…'예산 0원'의 굴욕 딛고 일어선 서울독립영화제

지도 모른다는 존폐 기로에 섰지만, 영화인들의 끈질긴 노력과 외침 끝에 극적으로 예산이 복원되면서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로 관객을 맞이하게 되는 파란만장한 서사를 쓰게 됐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4년간의 평균 출품작 수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다인 1805편이 접수되었고, 상영작 또한 127편으로 역대 가장 많다고 밝히며 한국 독립영화의 뜨거운 현재와 밝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이처럼 출품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침체를 거듭하는 상업영화 시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상업영화의 투자와 제작이 위축되면서 갈 곳을 잃은 창작 인력들이 독립영화계로 대거 유입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독립영화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의 내밀한 서사부터 사회의 거대 담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유실된 영화 필름을 각기 다른 네 감독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복원해 엮어낸 이 실험적인 시도는 독립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하지만 이처럼 풍성한 결실의 이면에는 영화제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예산 제로’ 사태라는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공동 주최하는 민관 협력의 성격을 지닌 행사로, 매년 영화발전기금을 통해 3~4억 원의 안정적인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작년 말, 정부가 해당 지원 사업 자체를 폐지하면서 예산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영화계는 이를 ‘독립영화 탄압’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예산 복원을 촉구했고, 기나긴 싸움 끝에 올해 7월이 되어서야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4억 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이처럼 늦게나마 예산이 정상화되면서 영화제는 가까스로 궤도에 올랐지만,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남았다. 예산 문제로 영화제 준비에 심각한 차질을 겪으면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이들을 투자 및 제작 시장과 연결하는 산업적 가교 역할을 수행할 프로그램들이 대폭 축소되는 등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측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나아가 아시아 독립영화인들과의 교류를 추진하는 등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