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있다면 배 나온 죄"…'배치기' 논란 이기헌 의원의 기상천외한 반박

2025-11-06 17:38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열린 6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여야 의원 간의 이례적인 신체 충돌로 얼룩졌다. 정회 직후 퇴장하던 과정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부딪히는, 이른바 '배치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양측은 즉각 SNS를 통해 서로 자신이 피해자라며 엇갈린 주장을 펼쳤고,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정감사의 긴장감이 결국 폭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 속에서, 양측의 날 선 대립은 국회 복도에서 벌어진 몸싸움의 책임 소재를 두고 격렬하게 이어졌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기헌 의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망하고 유감스럽다"면서도, 사건의 전말은 송언석 원내대표의 '돌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정보위 국감에 참석하기 위해 황급히 나가던 중, 앞서가던 송 원내대표가 "국감을 무산시키려고 작전을 세우느냐"고 소리쳤고, 이에 "왜 소리를 지르냐"고 응수하는 순간 송 원내대표가 뒤돌아 자신에게 돌진해 몸으로 밀쳤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육중한 몸으로 폭력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며 "배치기의 피해자는 바로 저"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살을 빼겠다", "죄가 있다면 배가 나온 죄밖에 없다"는 재치 섞인 말로 상황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렸다.

 


반면 송언석 원내대표의 입장은 180도 달랐다. 그는 이 의원보다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명백한 신체 폭행"으로 규정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회 후 퇴장하던 중 이 의원이 자신에게 고함을 쳤고, 뒤돌아보는 순간 이 의원이 달려들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피하지 않자 이 의원이 그대로 돌진해 몸을 맞부딪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즉, 이 의원이 의도적으로 달려들어 신체적 가격을 했다는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단순한 충돌이 아닌, 폭행 사건으로 규정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 양측의 기억은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번 충돌의 배경에 '김현지'라는 특정 인물이 연관되어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도대체 김현지가 뭐길래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김현지는 정말 성역이냐"고 반문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물리적 충돌의 근본 원인이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송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은 김현지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공언하면서, 두 의원의 '배치기' 사건은 향후 국정감사에서 '김현지'라는 인물을 둘러싼 여야의 더욱 거친 격돌을 예고하는 전초전이 되고 말았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