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숙적 펠로시 은퇴 선언! 트럼프 '사악한 여자, 기쁘다' 막말

2025-11-07 10:07

 미국 민주당의 상징이자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85) 의원이 내년 11월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40여 년에 걸친 화려한 정치 경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으로, 펠로시 의원은 2027년 1월 현재 임기가 종료되면 워싱턴 정가를 떠날 예정이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 의원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에게 보낸 영상 연설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그는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면서도,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에게 "당신의 힘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고, 진전을 이뤘으며, 언제나 앞서왔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에 적극 참여하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미국의 이상을 지켜내는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며 정치적 참여를 당부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1940년 볼티모어 출생인 펠로시 의원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었던 미국 정치권에서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부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섯 아이의 어머니이자 가정주부로 지내던 그는 47세가 되던 1987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구 보궐선거를 통해 뒤늦게 연방 하원에 입성했다.

 

정계 입문 후 빠르게 정치적 입지를 다진 그는 2003년부터 20년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었으며, 그중 두 차례에 걸쳐 총 8년간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특히 2007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오르면서 '넘버 3' 권력 서열에 이름을 올리는 새 역사를 썼다.

 

펠로시 의원의 정치적 유산은 굵직한 입법 성과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렬한 대립으로 요약된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 입법을 주도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두 번째 하원의장 임기(2019~2023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강성 진보 정치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각은 상징적인 장면을 여럿 남겼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직후, 펠로시 의장이 연설문 사본을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서 찢어버린 일화는 미국 정치사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펠로시 의원을 "미친 낸시(Crazy Nancy)"라고 맹비난해왔으며, 펠로시 의원 역시 최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구상에서 최악의 존재"라고 지칭하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펠로시 의원의 불출마 소식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그가 형편없는 일을 했고 나라에 막대한 피해와 명성의 손실을 안겨준 사악한 여자(evil woman)라고 생각한다"며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펠로시 의원의 정계 은퇴는 미국 민주당 내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가 남긴 강력한 리더십과 진보적 가치는 향후 미국 정치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