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2달 빠른 습격…질병청의 경고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2025-11-07 18:07

 예년보다 두 달가량 이르게 찾아온 독감(인플루엔자)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의 감시 결과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10월 26일~11월 1일) 전국의 독감 의심 증상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의 13.6명과 비교해 67.6%나 폭증한 수치이며, 올겨울 독감 유행 기준인 9.1명을 2.5배나 뛰어넘는 기록이다. 통상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시작되던 유행이 9월 말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에서 이미 가파른 확산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 유행 시작과 빠른 전파 속도에 방역 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의 이례적인 확산세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작년 같은 시기 독감 환자 수는 1000명당 3.9명 수준에 머물렀는데, 올해는 이보다 5.8배나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2월 중순에야 유행주의보가 발령됐음에도 불구하고 1월 초에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하며 유행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른 유행이 시작된 올해 역시 그 규모가 지난 절기와 유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자칫하면 지난겨울을 뛰어넘는 역대급 독감 대유행이 올겨울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독감 유행의 칼날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집단을 정조준하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주 7세에서 12세 사이 환자군은 외래환자 1000명당 68.4명으로, 전체 유행 기준의 7.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발병률을 보였다. 1~6세 영유아(40.6명)와 13~18세 청소년(34.4명) 그룹에서도 매우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외래 환자의 급증은 곧바로 입원 환자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175명으로, 직전 주 대비 78.6% 늘어나며 4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같은 기간 코로나19 입원 환자 역시 11.8% 늘어나는 등 '트윈데믹'의 그림자까지 짙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본격적인 겨울철 추위가 닥치기 전인 지금이 독감을 포함한 호흡기 감염병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예방접종을 통해 충분한 면역력을 형성하는 데 약 2주가 걸리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층과 임신부, 생후 6개월에서 13세까지의 어린이는 전국 지정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도 가능해 한 번의 병원 방문으로 두 가지 감염병에 모두 대비할 수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낭만은 없지만 이게 '답'이다\"…헤이리도 제친 '미술 공장' 가보니

세상이 펼쳐진다. 7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층고의 작업실에서는 이원희, 이불, 이건용, 임옥상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중진 및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 이미 30명에 가까운 주요 작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며, 특히 세계적인 작가 이불은 3개 호실을 터서 대형 작품 제작에 몰두하는 등 삼송은 명실상부한 현대미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평창동이나 부암동의 주택가를 작업실로 사용하던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작가들이 하나같이 이곳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편의성, 특히 물류 동선에 있다. 2층이나 3층에 위치한 작업실 문 앞까지 차량이 직접 진입하는 '도어투도어' 시스템 덕분이다. 거대한 조각이나 대형 캔버스를 엘리베이터로 옮겨 지하주차장까지 나르는 수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최근 청계천에 대형 공공조각을 선보인 이수경 작가 역시 이곳에서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는 "해외 큐레이터나 컬렉터가 오면 이곳으로 바로 안내한다"며 작업실이 작품 보관을 위한 수장고이자 '쇼룸'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은 대형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단지 물류의 편리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단독 작업실이 가질 수 없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역시 작가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요인이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냉난방 시설과 철저한 보안은 기본이고, 작품에 치명적인 여름철 습기와 곰팡이, 누수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작가 임옥상은 "바깥에 단독 작업실을 얻으면 보안과 냉난방 해결이 가장 어렵다"며 지식산업센터의 관리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장점은 비단 삼송뿐 아니라 하남, 파주, 동탄 등 수도권의 다른 지식산업센터로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높은 서울 월세를 감당하기보다 대출을 받아 분양받거나 월세를 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젊은 작가들의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지식산업센터로의 이전은 한국 미술계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대형 조각이나 회화 작가들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로 향하는 반면, 장르별 특성에 따라 다른 지역에 군집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에는 전자부품 조달이 쉬워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 모여들고, 철공소가 밀집한 문래동은 전통적인 조각가들의 아지트로 남아있다. 하지만 문래동 등 구도심은 높은 임대료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직면해있다. 한 화랑 대표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보다 삼송에 더 많은 작가가 살 것"이라며, 지식산업센터가 예술가에게 낭만이나 '멋'은 없을지 몰라도,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답'이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