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안 해도 문제없다"는 법무장관…'보이지 않는 손' 작동했나

2025-11-10 17:44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검찰 조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8명의 검사장과 8명의 대형 지청장 등 수사 지휘의 핵심을 맡고 있는 고위급 검사 전원이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지시에 집단으로 반기를 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이견 표출을 넘어, 검찰 지휘부의 결정 과정과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조직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는 총장 권한대행의 해명을 요구하고 그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검사들의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전국 18개 지검을 이끄는 지검장 전원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문을 통해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모순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총장 권한대행의 지시를 존중해 항소 포기를 지시하고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고 밝히며, 이는 총장 권한대행이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발표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협의'가 아닌 '일방적 지시'였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사장들은 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에는 항소를 포기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투명한 해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고위급 검사들의 집단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등 일선 검찰청 중에서도 규모가 큰 8곳의 대형 지청장들 역시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와 존재 이유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극도로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이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휘권의 문제를 넘어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검찰 내부의 극심한 내홍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노정연 총장 권한대행 간의 진실 공방에서 비롯되었다. 노 대행이 "내 책임 하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발표하자, 정 지검장은 즉각 "중앙지검의 의견이 달랐음을 명확히 하고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반박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소를 안 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을 대검에 제시했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과 반발을 키우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은 검찰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낭만은 없지만 이게 '답'이다\"…헤이리도 제친 '미술 공장' 가보니

세상이 펼쳐진다. 7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층고의 작업실에서는 이원희, 이불, 이건용, 임옥상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중진 및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 이미 30명에 가까운 주요 작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며, 특히 세계적인 작가 이불은 3개 호실을 터서 대형 작품 제작에 몰두하는 등 삼송은 명실상부한 현대미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평창동이나 부암동의 주택가를 작업실로 사용하던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작가들이 하나같이 이곳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편의성, 특히 물류 동선에 있다. 2층이나 3층에 위치한 작업실 문 앞까지 차량이 직접 진입하는 '도어투도어' 시스템 덕분이다. 거대한 조각이나 대형 캔버스를 엘리베이터로 옮겨 지하주차장까지 나르는 수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최근 청계천에 대형 공공조각을 선보인 이수경 작가 역시 이곳에서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는 "해외 큐레이터나 컬렉터가 오면 이곳으로 바로 안내한다"며 작업실이 작품 보관을 위한 수장고이자 '쇼룸'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은 대형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단지 물류의 편리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단독 작업실이 가질 수 없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역시 작가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요인이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냉난방 시설과 철저한 보안은 기본이고, 작품에 치명적인 여름철 습기와 곰팡이, 누수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작가 임옥상은 "바깥에 단독 작업실을 얻으면 보안과 냉난방 해결이 가장 어렵다"며 지식산업센터의 관리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장점은 비단 삼송뿐 아니라 하남, 파주, 동탄 등 수도권의 다른 지식산업센터로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높은 서울 월세를 감당하기보다 대출을 받아 분양받거나 월세를 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젊은 작가들의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지식산업센터로의 이전은 한국 미술계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대형 조각이나 회화 작가들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로 향하는 반면, 장르별 특성에 따라 다른 지역에 군집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에는 전자부품 조달이 쉬워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 모여들고, 철공소가 밀집한 문래동은 전통적인 조각가들의 아지트로 남아있다. 하지만 문래동 등 구도심은 높은 임대료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직면해있다. 한 화랑 대표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보다 삼송에 더 많은 작가가 살 것"이라며, 지식산업센터가 예술가에게 낭만이나 '멋'은 없을지 몰라도,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답'이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