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텀블러 쓰는데…'친환경 야구' 비웃는 KBO 선수들의 민낯

2025-11-11 17:23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의 평가전이 막을 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더그아웃은 경기의 뜨거운 열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선수들이 떠난 자리는 마치 '일회용 플라스틱의 무덤'을 연상케 할 만큼 수십 개의 페트병으로 가득했다. 벤치와 바닥에는 선수들이 마시다 남긴 생수와 이온 음료 병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되거나 내용물이 절반 이상 남은 것은 물론, 거의 손대지 않은 새것 같은 병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쪽 구석에는 에너지바 포장지 같은 다른 쓰레기들과 뒤엉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경기 후 뒷정리를 하던 한 환경미화원은 "경기가 끝나면 항상 이런 식"이라며 "먹다 남은 음료를 일일이 비우고 라벨까지 제거해야 해서 일반 쓰레기보다 처리 과정이 두세 배는 더 번거롭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더그아웃의 풍경은 최근 몇 년간 KBO와 각 구단이 대대적으로 외쳐온 '친환경 야구'라는 구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재 KBO리그는 팬들을 대상으로 야구장 내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플라스틱 응원 도구 대신 재활용 가능한 용품을 쓰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팬들의 동참으로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문화가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그라운드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머무는 공간에서부터 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심각한 아이러니다. 이는 팬들에게는 친환경 실천을 독려하면서 정작 선수단은 일회용품 낭비에 앞장서는 '이중적인' 행태로 비칠 수 있으며, 리그 전체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물론 더그아웃에 선수들을 위한 노력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식 후원사의 대용량 스포츠음료 음수대와 종이컵을 비치해두었다. 하지만 현장에 나뒹구는 일회용 페트병의 수를 고려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선수가 이 음수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는지는 의문이다. 개인의 기호나 편의성을 이유로 개별 포장된 음료를 선호할 수는 있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보여주기에는 아쉬운 모습이다.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평소 개인 텀블러를 휴대하며 물을 마시는 작은 실천이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처럼, KBO 선수들 역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야구'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사소한 실천에서 비롯된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금이라도 더그아웃 내 일회용품 사용 실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후원사의 음수대를 설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나 별도의 음수대 설치를 의무화하고, 선수단 스스로가 다소 번거롭더라도 개인 텀블러나 리필 가능한 물병을 사용하도록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 리그의 얼굴인 선수단이 앞장서서 변화하지 않는 한, 팬들에게만 친환경을 강조하는 KBO의 슬로건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결국 K-콘텐츠가 해냈다… 디즈니가 글로벌 전략의 ‘중심’을 한국으로 옮긴 진짜 이유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전면에 한국 작품들을 내세우며, 이를 단순한 지역 흥행작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적인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디즈니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세계적인 OTT 플랫폼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디즈니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지난 13일 홍콩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 행사에서 더욱 명확해졌다. 이 자리에서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한국 창작자들과의 협업이 낳은 결과물들이 전 세계적으로 깊은 공감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이 ‘위대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디즈니+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웹툰, 음악 등 다양한 한국의 지적재산(IP)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의 창의적인 생태계가 디즈니의 미래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디즈니의 자신감은 2025년을 겨냥한 압도적인 신작 라인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공개된 작품 목록에는 ‘조각도시’, ‘메이드 인 코리아’, ‘21세기 대군부인’, ‘골드랜드’, ‘재혼황후’,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등 블록버스터급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대거 포함되었다. 지창욱, 도경수, 정우성, 현빈, 박보영, 신민아, 주지훈, 이동욱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대한민국 톱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아태 지역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급을 넘어, 한국의 스타 파워와 제작 역량을 디즈니+의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특히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개 전부터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작품에 대한 디즈니의 확신을 증명했다. 1970년대 격동의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의 극단적인 욕망을 파고드는 이 작품에 대해 주연 배우 정우성은 "역사적 사실 기반 위에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을 담아낸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 역시 전작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계보를 잇는, 뒤틀린 욕망과 신념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제작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과감한 투자와 기획을 통해 완성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디즈니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