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 타고 삼성 심장부로…반도체 전쟁의 '키'를 쥔 남자의 방한

2025-11-12 17:36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플레이어가 한국을 찾았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심장이라 불리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퍼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그 주인공이다. 푸케 CEO는 12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연구개발(R&D) 허브인 경기 화성 DSR(부품연구동)을 직접 방문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핵심 경영진과 마주 앉았다. 단순한 공급사 CEO의 방문을 넘어, 미래 반도체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논의가 오갔다는 점에서 업계의 모든 시선이 화성으로 집중됐다. 이들의 1시간 30분에 걸친 오찬 회동은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닌,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전략적 협상의 장이었다.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는 단연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 장비였다. 기존 EUV 장비보다 1.7배 더 정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한 이 차세대 장비는, 대당 가격이 무려 5500억 원에 달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7~8대에 불과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확보 경쟁을 벌이는 '꿈의 장비'다. 이 장비를 누가 먼저, 그리고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곧 미래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1대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총 2대의 하이 NA EUV 장비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번 만남은 해당 장비를 활용한 구체적인 기술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사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D램, 2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미래 먹거리 기술에 대한 공동 R&D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케 CEO의 방한 일정은 삼성전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1일 입국 직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만나는 등,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 수뇌부를 모두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12일 오전에는 ASML이 경기도 화성에 새롭게 마련한 신사옥 '화성 캠퍼스' 준공식에 참석해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사장 등 양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급 인사들과도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이는 ASML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단순한 고객사가 아닌, 미래 기술을 함께 열어갈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불리는 ASML이 한국 기업들과의 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ASML이 약 2400억 원을 투자해 구축한 화성 신사옥은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한국 반도체 생태계와의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푸케 CEO가 준공식에서 "화성 캠퍼스를 통해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기술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한 것처럼, 이제 ASML의 전문 인력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서 차세대 장비의 개발과 안정화, 유지보수 등을 직접 지원하게 된다. 이는 장비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신기술 개발 속도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및 지자체 주요 관계자, 주한 네덜란드 대사까지 참석한 이날 준공식은 ASML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파트너십이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결국 K-콘텐츠가 해냈다… 디즈니가 글로벌 전략의 ‘중심’을 한국으로 옮긴 진짜 이유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전면에 한국 작품들을 내세우며, 이를 단순한 지역 흥행작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적인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디즈니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세계적인 OTT 플랫폼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디즈니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지난 13일 홍콩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 행사에서 더욱 명확해졌다. 이 자리에서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한국 창작자들과의 협업이 낳은 결과물들이 전 세계적으로 깊은 공감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이 ‘위대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디즈니+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웹툰, 음악 등 다양한 한국의 지적재산(IP)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의 창의적인 생태계가 디즈니의 미래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디즈니의 자신감은 2025년을 겨냥한 압도적인 신작 라인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공개된 작품 목록에는 ‘조각도시’, ‘메이드 인 코리아’, ‘21세기 대군부인’, ‘골드랜드’, ‘재혼황후’,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등 블록버스터급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대거 포함되었다. 지창욱, 도경수, 정우성, 현빈, 박보영, 신민아, 주지훈, 이동욱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대한민국 톱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아태 지역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급을 넘어, 한국의 스타 파워와 제작 역량을 디즈니+의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특히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개 전부터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작품에 대한 디즈니의 확신을 증명했다. 1970년대 격동의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의 극단적인 욕망을 파고드는 이 작품에 대해 주연 배우 정우성은 "역사적 사실 기반 위에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을 담아낸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 역시 전작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계보를 잇는, 뒤틀린 욕망과 신념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제작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과감한 투자와 기획을 통해 완성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디즈니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