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1100만원 내도 'OK'…부동산이 스펙, '아파트 카스트' 결혼의 탄생

2025-11-17 17:26

 평당 1억 원을 돌파하며 서울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 단지로 자리매김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입주민을 중심으로 한 이색적인 결혼정보회사가 등장해 화제다. 지난 6월, 9510세대에 달하는 이 거대 단지 내 상가에 '헬리오 결혼 정보'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이곳은 단순히 입주민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 관할 구청에 정식으로 등록된 합법적인 결혼 중개 업체다. 회사를 설립한 서 모 대표는 30년간 송파구 일대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해 온 지역 전문가이자 현재 헬리오시티에 거주하는 입주민으로, 아파트의 특성과 입주민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새로운 형태의 매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업체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정식으로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2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으며, 이 중 3분의 2가량이 헬리오시티 입주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단순히 같은 공간에 산다는 유대감을 넘어, 비슷한 경제적 수준과 생활 환경을 공유하는 이웃과 안정적인 만남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가 뚜렷하게 존재함을 보여준다. 나머지 회원들 역시 인근의 대규모 신축 단지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유사한 주거 환경을 가진 이들로 채워지면서, 사실상 특정 고급 주거 단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교의 장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아파트 기반 결혼정보회사'의 등장은 헬리오시티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대장주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비슷한 흐름이 먼저 시작됐다. 입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만남을 주선하던 '원결회(래미안 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의 활동이 크게 활성화되자, 지난 7월 이를 기반으로 한 전문 결혼정보회사 '원베일리 노빌리티'가 공식 법인으로 출범한 것이다. 당초 입주민만 가입할 수 있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지난 2월부터 가입 대상을 서초·강남 지역 전체로 확대하면서 오히려 회원 수가 600명을 돌파하는 등 사업은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원베일리 노빌리티'의 사례는 이러한 신종 결혼정보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가입비는 등급에 따라 연 50만 원의 비교적 저렴한 상품부터 2년간 1100만 원에 달하는 고액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이미 두 쌍의 입주민 커플이 결혼에 성공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아파트라는 강력한 공통분모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신원과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된 남녀를 연결하는 가장 확실한 '인증 마크'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헬리오시티의 사례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이어받아, 부동산의 가치가 인간관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현상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국보 7점이 미국에?\"…'이건희 컬렉션' 해외 나들이 라인업 보니

린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의 첫 해외 전시인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가 현지시간으로 15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8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세계 최대 박물관 재단인 스미스소니언 산하 주요 박물관들이 일제히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개막이 잠정 연기된 바 있다. 국가적 기증의 의미를 세계에 알리는 첫발을 떼는 중요한 순간이 외부적 요인으로 지연되며 우려를 낳았지만, 셧다운 사태가 해결됨에 따라 한국 문화유산의 정수를 선보이는 자리가 다시 마련된 것이다.이번 워싱턴 전시의 백미는 단연 국보급 문화유산의 향연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약 2만 1,000여 점의 방대한 기증품 중에서 엄선된 보물들이 미국 관람객을 맞이한다.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대표작이자 대한민국 국보인 '인왕제색도'(1751)를 필두로,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1805) 등 국보 7건과 보물 15건을 포함한 총 172건, 297점의 문화유산이 출품된다. 한국 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명작들이 이처럼 대거 해외 나들이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한국에서도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귀한 작품들을 미국 심장부에서 직접 관람할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수집가의 안목과 철학, 그리고 사회 환원이라는 나눔의 가치를 함께 조명한다.전통의 아름다움이 과거의 숨결을 전한다면,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은 역동적인 시대정신을 담아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기증품 중 박수근의 '농악'(1960), 이응노의 '군상'(1985),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1973) 등 근현대 미술 24점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과 같이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독창적으로 표현해 낸 작품들은, 한국 미술이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두면서도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미학을 창조해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한국의 문화와 미술이 역사적 다양성과 혼성성을 포용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감을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라고 강조했듯, 이번 순회전은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며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저력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워싱턴에서의 첫선을 시작으로 '이건희 컬렉션'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대장정에 오른다. 내년 2월 1일까지 워싱턴 전시를 마친 후, 곧바로 시카고로 자리를 옮겨 내년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이후 대서양을 건너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장기간의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이 앞다투어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위상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한 개인의 고귀한 기증으로 시작된 문화적 선물이 이제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함께 향유하는 인류의 자산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