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율 98%라더니…아직 '분진'과 싸우는 정부 시스템, 괜찮나?

2025-11-18 17:42

 정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발생 이후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던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18일 오후 김민재 차관 주재로 '국정자원 화재 관련 위기상황대응본부 제2차 회의'를 열고, 복구 작업이 당초 목표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국민 불편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대전센터 내 총 709개의 시스템 중 98.2%에 달하는 696개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등 초기 대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에 따른 조치다. 이는 국가 행정망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선언으로 풀이된다.

 

위기경보 단계가 하향됨에 따라 정부의 대응 체계 또한 기존의 범부처적 '위기상황대응본부'에서 행안부 디지털정부정책국장이 팀장을 맡는 '위기상황대응팀' 체계로 전환된다. 이는 전면적인 비상 대응 국면에서 벗어나, 남은 복구 과제를 관리하는 실무 중심의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신속한 초기 복구를 통해 대부분의 시스템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아직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보고, 대응팀을 중심으로 남은 복구 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시스템의 98% 이상이 복구되었지만, 남은 소수의 시스템이 복구의 '마지막 고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센터에서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PPP) 존으로 이전하여 복구를 진행 중인 13개 시스템의 경우, 단순한 데이터 이전이 아닌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응용프로그램 변경까지 필요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일부 시스템은 화재 당시 발생한 분진 피해로 인해 데이터 저장장치(스토리지) 자체에 대한 물리적인 복구 작업까지 병행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방청의 '소방장비통합관리시스템'은 소프트웨어 복구와 더불어 손상된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되살리는 정밀한 작업이 필요해 집중적인 점검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김민재 차관은 "남아 있는 대구센터 이전 복구 작업이 연말까지 차질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히며, 마지막 1%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철저한 마무리를 약속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모님은 현인, 나는 신해철…세대 대통합 예고한 오케스트라의 정체

깨고, 대중가요를 클래식 선율로 재해석하거나 미술품을 일상 공간 속 인테리어 소품처럼 제안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는 예술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오케스트라의 파격적인 연주회와 여러 갤러리가 협업하여 쇼룸 형태로 꾸민 특별한 기획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먼저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트레프 오케스트라'는 오는 28일,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클래식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명곡들은 물론,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고(故) 신해철이 불렀던 노래들이 강상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 소프라노 정성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그런가 하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우리의 일상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방법을 제안하는 특별한 기획전 'COLLECTIBLES:공간미학'이 한창이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동명의 기획전에 힘입어 다시 한번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하얀 벽에서 벗어나, 마치 잘 꾸며진 쇼룸이나 감각적인 편집숍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휴, 플레이리스트, 아트사이드 등 여러 갤러리와 빈티지 가구 전문점 등이 협력하여 원화, 아트 프린트, 가구, 포스터 등 약 2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다채롭게 연출했다. 권소진, 류주영, 염지애 등 12명의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풍경을 섬세하게 비추며, 관람객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고르고 수집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이처럼 장르와 형식은 다르지만, 두 행사는 모두 예술이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레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특별한 이벤트라면, '공간미학'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책 코스다. 익숙한 멜로디의 감동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증폭시키고 싶거나, 나의 취향이 담긴 작품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이들에게 부산의 6월은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딱딱한 틀을 벗어던진 예술이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