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여 사죄’만으론 안됐다…제철소장 목 날리고 회장 직속 TF 꾸린 포스코

2025-11-21 18:28

 포스코가 연이은 인명 사고로 얼룩진 포항제철소의 안전 문제에 대해 마침내 머리를 숙였다. 포스코는 21일 이희근 사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동렬 포항제철소장을 전격 경질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 사장은 사과문에서 "임직원을 대표해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 가족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후임 제철소장을 새로 임명하는 대신, 이희근 사장이 직접 제철소장직을 겸임하며 사고 수습과 안전 대책 마련을 최전선에서 지휘하기로 했다. 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고경영자가 직접 현장을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포항제철소에서 올해에만 3건의 중대재해가 연달아 발생하며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전인 20일, 야외에서 슬러지 청소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소속 작업자 3명이 유해가스를 흡입해 심정지 상태에 빠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스테인리스 1냉연 공장에서 40대 직원이 설비에 끼여 숨졌고, 이달 5일에는 스테인리스 압연부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불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업 현장의 안전이 사회적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반복되는 사고는 포스코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고, 결국 제철소장 경질이라는 문책성 인사로 이어졌다.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포스코그룹은 안전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구조적 개편에도 착수했다. 그룹 회장 직속으로 '그룹안전특별진단TF'라는 특단의 조직을 신설하고, 그룹의 안전 전문 자회사인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의 유인종 대표를 TF 팀장으로 임명했다. 유 대표는 삼성물산과 쿠팡에서 안전 부문을 총괄했던 외부 출신 안전 전문가로, 그의 영입은 고질적인 내부 관행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으로 안전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를 보여준다. 유 대표가 이끌 TF는 그룹 내 모든 사업장의 안전사고 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하고, 스위스의 SGS, dss 등 글로벌 안전 컨설팅사와 협력해 세계적 수준의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특히 사고 위험이 높은 외주 작업이나 고위험 작업의 경우, 반드시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배치된 상태에서만 작업을 진행하도록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협력업체나 외주 작업에서 안전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조치로 보인다. 포스코는 또한 "전날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과 조치를 신속히 실시하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복되는 참사 앞에 꺼내 든 포스코의 고강도 처방이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모님은 현인, 나는 신해철…세대 대통합 예고한 오케스트라의 정체

깨고, 대중가요를 클래식 선율로 재해석하거나 미술품을 일상 공간 속 인테리어 소품처럼 제안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는 예술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오케스트라의 파격적인 연주회와 여러 갤러리가 협업하여 쇼룸 형태로 꾸민 특별한 기획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먼저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트레프 오케스트라'는 오는 28일,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클래식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명곡들은 물론,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고(故) 신해철이 불렀던 노래들이 강상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 소프라노 정성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그런가 하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우리의 일상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방법을 제안하는 특별한 기획전 'COLLECTIBLES:공간미학'이 한창이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동명의 기획전에 힘입어 다시 한번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하얀 벽에서 벗어나, 마치 잘 꾸며진 쇼룸이나 감각적인 편집숍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휴, 플레이리스트, 아트사이드 등 여러 갤러리와 빈티지 가구 전문점 등이 협력하여 원화, 아트 프린트, 가구, 포스터 등 약 2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다채롭게 연출했다. 권소진, 류주영, 염지애 등 12명의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풍경을 섬세하게 비추며, 관람객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고르고 수집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이처럼 장르와 형식은 다르지만, 두 행사는 모두 예술이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레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특별한 이벤트라면, '공간미학'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책 코스다. 익숙한 멜로디의 감동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증폭시키고 싶거나, 나의 취향이 담긴 작품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이들에게 부산의 6월은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딱딱한 틀을 벗어던진 예술이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