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모스크가 통째로?…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선 '작은 이슬람'

2025-11-21 19:10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내에 처음으로 이슬람 문화를 주제로 한 '이슬람실'을 신설하고 22일부터 관람객을 맞는다. 세계적인 명성의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이라는 이름 아래, 초기 쿠란 필사본을 포함한 83점의 엄선된 유물을 선보인다. 국내 거주 무슬림 인구가 3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우리 사회에 가까워진 이슬람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2019년부터 추진해온 세계문화관 조성 사업의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 종교적 교리를 넘어 다양성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국내에서 상설 전시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시는 총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이슬람 미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부 '이슬람 세계의 종교미술'에서는 신앙과 예술이 결합된 이슬람 문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양피지에 쓰인 초기 쿠란부터 티무르 제국의 거대한 필사본에 이르기까지, 서예가 신성한 예술의 경지에 오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모스크를 장식했던 미흐랍(벽감) 석판과 램프, 아라베스크와 기하학 무늬로 채워진 타일 등은 신성한 공간에 예술성을 더한 이슬람 장인들의 미감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을 돔 지붕과 팔각형 구조로 연출해 관람객이 마치 모스크에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했다.

 


2부 '이슬람 문화의 포용과 확장'에서는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여러 지역과 교류하며 역동적으로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 천문 관측 기구였던 천구의와 아스트롤라베는 당대의 뛰어난 과학 기술과 학문적 탐구 정신을 상징하며, 동서양의 기술이 융합된 유리, 도자기, 금속공예품들은 이슬람 문화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증명한다. 3부 '이슬람 궁정 문화와 필사본'은 오스만, 사파비, 무굴 등 강대했던 제국의 화려한 궁정 예술에 주목한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정교한 카펫과 직물, 장신구는 물론, 페르시아 대서사시 '샤나메(왕들의 책)'와 같이 왕실의 후원으로 제작된 최고 수준의 필사본들은 예술과 학문이 어우러진 이슬람 문화유산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관람객의 체험과 이해를 돕는 다채로운 장치를 마련했다.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명물인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아하! 배움공간'에서는 촉각 체험 자료를 직접 만져보고, 이슬람 기하학 무늬를 조합해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어보는 디지털 체험을 통해 낯선 이슬람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문화적 대화의 장을 열고,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모님은 현인, 나는 신해철…세대 대통합 예고한 오케스트라의 정체

깨고, 대중가요를 클래식 선율로 재해석하거나 미술품을 일상 공간 속 인테리어 소품처럼 제안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는 예술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오케스트라의 파격적인 연주회와 여러 갤러리가 협업하여 쇼룸 형태로 꾸민 특별한 기획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먼저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트레프 오케스트라'는 오는 28일,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클래식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명곡들은 물론,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고(故) 신해철이 불렀던 노래들이 강상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 소프라노 정성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그런가 하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우리의 일상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방법을 제안하는 특별한 기획전 'COLLECTIBLES:공간미학'이 한창이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동명의 기획전에 힘입어 다시 한번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하얀 벽에서 벗어나, 마치 잘 꾸며진 쇼룸이나 감각적인 편집숍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휴, 플레이리스트, 아트사이드 등 여러 갤러리와 빈티지 가구 전문점 등이 협력하여 원화, 아트 프린트, 가구, 포스터 등 약 2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다채롭게 연출했다. 권소진, 류주영, 염지애 등 12명의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풍경을 섬세하게 비추며, 관람객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고르고 수집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이처럼 장르와 형식은 다르지만, 두 행사는 모두 예술이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레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특별한 이벤트라면, '공간미학'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책 코스다. 익숙한 멜로디의 감동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증폭시키고 싶거나, 나의 취향이 담긴 작품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이들에게 부산의 6월은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딱딱한 틀을 벗어던진 예술이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