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튀르키예와 손잡고 방산·원전 판 흔든다…이재명의 마지막 승부수

2025-11-24 17:31

 이재명 대통령이 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방문국, 튀르키예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오전 튀르키예 앙카라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 등 현지 고위급 인사들의 영접을 받으며 1박 2일간의 빡빡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공항에 도열한 의장대를 사열하며 튀르키예어로 "메르하바 아스켈(안녕하세요, 장병 여러분)"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등 첫 순간부터 '형제의 나라'에 대한 각별한 예우와 친밀감을 표했다. 이번 순방은 단순한 우호 관계 재확인을 넘어, 구체적인 경제 및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국빈 방문의 핵심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집중되어 있다. 이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기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위산업, 원자력 발전,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강화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국전쟁 참전을 통해 '혈맹'의 인연을 맺은 전통적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인 튀르키예와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양국의 협력 논의는 '혈맹'으로 맺어진 깊은 역사적 유대감 위에서 이뤄진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 현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운 혈맹이자 형제의 국가"라며 양국 관계의 특별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상호 신뢰의 기반이 되며, 방산이나 원전과 같은 고도의 기술력과 장기적 신뢰가 필수적인 전략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데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특수 관계를 발판 삼아 튀르키예를 글로벌 혁신과 투자를 위한 핵심 전략적 파트너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순방의 성과는 구체적인 양해각서(MOU) 체결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튿날 예정된 MOU 서명식에서는 방산 분야의 생산기술 협력을 비롯해 제3국 원전 프로젝트 공동 진출, 바이오 및 보건 분야의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문서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양국 관계가 과거의 역사적 인연을 넘어 미래 지향적인 실질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뒤 앙카라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마침표를 찍는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소리 없는 세상’에서 울려 퍼진 기적…세상에서 가장 특별했던 ‘촛불하나’ 협연 무대

미래재단의 후원 아래 스무 번째 정기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감동의 선율을 선사했다. 지난 22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이번 연주회는 ‘히스토리(History)’라는 주제에 걸맞게 앙상블의 지난 20년 역사를 대표하는 다채로운 곡들로 채워졌다. 관객들은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단원들의 모습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이들의 연주는 장애가 결코 꿈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이번 무대에서 35명의 청각장애 유소년 단원들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9번’과 같은 고난도의 클래식 명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음악적 재능을 뽐냈다. 보청기와 인공달팽이관을 통해 소리를 듣고, 수많은 재활 치료를 거쳐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한 클라리넷 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울림이었다. 여기에 사랑의달팽이 홍보대사인 뮤지컬 배우 배다해와 가수 김태우가 게스트로 참여해 무대를 더욱 빛냈다. 특히 김태우는 앙상블 단원들과 함께 자신의 히트곡 ‘사랑비’와 ‘촛불하나’를 협연하며,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방송인 안현모의 사회를 포함한 이들의 참여는 모두 재능 기부로 이루어져 그 의미를 더했다.관객들은 클래식부터 대중가요까지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는 단원들의 연주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른 연주자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앙상블의 특성상 청각장애인에게는 더욱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빈틈없는 최고의 연주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러한 완벽한 무대 뒤에는 학생이라는 본분에도 불구하고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매달린 단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또한, 2023년부터 ‘우리루키(Look&Hear) 프로젝트’를 통해 저소득층 청각장애 아동 및 청소년을 지원해 온 우리금융미래재단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단은 지난 2년간 335명에게 수술 및 치료를 지원하고 앙상블 운영을 도우며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왔다.사랑의달팽이 이행희 회장은 “20년 전 앙상블을 처음 창단할 때만 해도 음악을 연주하는 청각장애인을 상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고 회고하며, “수천 명의 관객에게 음악으로 한계를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 단원들이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앙상블 활동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에 대한 편견 없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낸 청각장애 유소년들의 기적 같은 연주, 그 스무 번째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깊은 감동과 함께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연주회 전체 영상은 다음 달 사랑의달팽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