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나눈 형제' 튀르키예, 원전·방산·인프라 '통 큰 선물' 안겼다

2025-11-25 17:12

 이재명 대통령이 튀르키예 국빈 방문을 통해 원자력과 방위산업, 인프라를 아우르는 폭넓은 경제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튀르키예가 추진 중인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사업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협력 의사를 넘어, 향후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사업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경쟁국들을 제치고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에 체결된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의 핵심은 한국전력이 튀르키예 시놉 제2원전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국제 원전 입찰은 사업이 구체화된 후 여러 국가가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번 MOU를 통해 한국은 사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부지 평가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 원자로 기술은 물론, 규제 및 인허가, 금융 모델 구상, 프로젝트 이행 전반에 걸쳐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사실상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사업을 구체화하겠다는 튀르키예 측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안전 운영 역량이 튀르키예 원전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고,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중요한 진전"이라며 화답했다.

 


양국의 협력은 원자력을 넘어 'K-방산'과 인프라 분야로까지 확장됐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국의 흑표 전차(K2)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 전차 '알타이'를 직접 언급하며, "이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더욱 다양화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 간 방산 협력이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공동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튀르키예 도로청과 한국도로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3자 간 도로 인프라 협력 MOU도 체결되어, 향후 튀르키예가 발주할 대규모 민관합작투자(PPP) 도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번 순방은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피를 나눈 형제국'으로서 양국의 역사적 유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튀르키예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의 묘지를 찾아 "피를 나눈 형제국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함께 나아가겠다"는 내용의 방명록을 남겼다. 또한 한국전쟁 참전 용사에 대한 예우를 확대하고 후손 간 교류를 늘리는 내용의 보훈 협력 MOU를 체결하며, 굳건한 양국 관계의 역사적 뿌리를 되새겼다. 이 대통령은 이번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25일 한국전 참전 용사 묘소에 헌화하고 동포들과 만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한-오스트리아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예술의전당에서 세기의 협연 펼친다

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지휘자 가렛 키스트가 지휘봉을 잡고,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제1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안톤 소로코프가 특별 협연자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국내외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카메라타 솔의 예술감독 김응수 역시 직접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에 올라 두 명의 비르투오소가 선보일 음악적 시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겹의 미학’은 카메라타 솔이 2025년부터 야심 차게 시작한 시리즈 프로젝트다. 과거의 역사와 예술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만나는 지점에서 음악의 본질과 마주하겠다는 깊이 있는 목표를 담고 있다. 첫 번째 공연이었던 ‘겹의 미학 I’에서는 바흐의 엄격한 질서, 베토벤의 불굴의 의지, 브람스의 깊은 낭만을 차례로 탐색하며 ‘음악은 어떻게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이어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음악 속에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과 인류의 정신을 탐구하는 음악적 고고학자와 같은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이번 두 번째 시리즈는 음악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시대의 정신과 개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지에 주목한다. 프로그램은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으로 유쾌하게 문을 연다. 이어 인간관계와 조화에 대한 고대 철학자의 고뇌를 담은 플라톤의 ‘향연’을 번스타인이 음악으로 재해석한 세레나데가 연주된다. 후반부에서는 작곡가 브루흐의 가장 순수한 낭만성이 빛나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녹여낸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통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노래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이 특별한 무대를 준비한 ‘카메라타 솔’은 2019년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를 중심으로 창단된 이래, 음악의 가치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앙상블이다. 팀의 이름인 ‘솔(SOL)’은 바이올린의 네 현 중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G선(솔)을 의미한다. 이는 언제나 처음의 마음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진심을 다해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그들의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음악적 신념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 역시 그들의 이름에 담긴 뜻처럼, 화려한 기교를 넘어 음악의 가장 깊은 본질을 길어 올려 관객에게 진솔하게 건네는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