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거인' 구글의 칼날, 엔비디아 심장 겨눴다…'TPU' 외부 판매 선언 '대충격'

2025-11-26 18:06

 인공지능(AI) 산업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엔비디아의 아성에 구글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거대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를 외부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선언하자, 엔비디아는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공식 SNS를 통해 견제구를 날리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며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엔비디아가 구글의 부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고객사' 정도로 여겼던 구글이 이제는 왕좌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면서, AI 업계의 패권을 둘러싼 두 거인의 본격적인 전쟁이 막을 올렸다.

 

구글의 반격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하드웨어(TPU)뿐만 아니라, AI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더도그'로 평가받던 구글은 추론 능력을 극대화한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0'을 선보이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제미나이 3.0은 AI 챗봇 성능 평가 사이트 'LM아레나'에서 1위를 차지하고,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인류 마지막 시험(HLE)'에서도 오픈AI의 'GPT-5 프로'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마저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을 정도다. 월가에서는 이를 "잠자던 거인이 깨어났다"고 평가하며,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양분하던 기존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등에 업은 구글은 하드웨어 전략에서도 대대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수 있는 'TPU'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구글은 7세대 TPU '아이언우드'를 출시하며, 기존에 자사 클라우드를 통해서만 제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TPU 칩 자체를 메타와 같은 경쟁사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가 독점해 온 AI 반도체 공급망에 직접 균열을 내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TPU의 특수성을 무기로, 범용성을 앞세운 엔비디아 GPU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구글의 야심 찬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구글의 거침없는 공세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간 반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장중 7% 넘게 급락하는 등 힘을 쓰지 못했다. 이는 시장이 AI 경쟁의 무게추가 구글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구글은 우리의 고객사"라며 애써 여유를 부렸지만,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엔비디아 천하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두 테크 공룡의 진검승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향후 AI 산업의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대공황 시대의 절망과 사랑, 왜 지금 우리를 울리나…'보니 앤 클라이드'의 귀환

잊었다. 이처럼 암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올겨울 나란히 한국 관객을 찾는다. 하나는 갱단에 쫓기는 남자들의 유쾌한 생존기를 그린 코미디 '슈가'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를 뒤흔든 실존 범죄자 커플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보니 앤 클라이드'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작품은 같은 시대를 무대 삼아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먼저, 국내 초연으로 막을 올리는 '슈가'는 1959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고전 '뜨거운 것이 좋아'를 원작으로 한 유쾌한 여장 코미디 뮤지컬이다.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재즈 뮤지션 '조'와 '제리'가 여자로 변장해 여성 재즈 밴드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정체를 숨긴 채 밴드의 매력적인 가수 '슈가'에게 사랑을 느끼는 조, 그리고 여자인 줄 알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백만장자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제리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재즈와 스윙 선율이 극을 채우는 가운데, 갱단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카고의 어두운 차고에서 낙원 같은 마이애미 해변으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무대 연출이 관람 포인트다.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등이 조 역을, 김법래, 김형묵 등이 제리 역을, 그리고 솔라, 양서윤 등이 슈가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반면, '보니 앤 클라이드'는 대공황 시대의 불안과 절망이라는 어두운 정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 같은 삶을 꿈꾸던 카페 종업원 보니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클라이드가 만나 숙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은행과 상점을 털며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부패한 권력과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비치며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보니의 베레모와 클라이드의 중절모는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에서 재즈, 록, 블루스를 넘나드는 강렬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11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는 조형균, 윤현민, 옥주현, 이봄소리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해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선보인다.'보니 앤 클라이드'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작진은 끝없는 경쟁과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자유, 성취를 꿈꾸는 젊은 세대의 감정이 작품 전반에 깊이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혹독했던 시대에 모든 것을 걸고 사랑과 자유를 좇았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 편은 유쾌한 웃음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다른 한 편은 치명적인 로맨스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두 작품의 등장이 올 연말 공연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