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이상' 이겨낸 누리호, 4연속 성공 쾌거

2025-11-27 09:30

 대한민국 우주 개발의 새 역사를 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4차 발사마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민간 주도 우주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밤늦도록 이어진 발사 준비와 긴장 속에서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발사 성공이 확정되자, 구슬땀을 흘린 관계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4차 발사는 처음으로 연기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발사 직전 센서 이상이 발견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발사 가능 시각(Launch Window) 마감 시간인 오전 1시 13분까지 발사는 밀렸고, 관계자들은 초조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다행히 마지막 순간 누리호는 성공적으로 이륙했고, 정상 비행 궤도에 진입하며 모든 발사 절차를 완벽히 수행했다. 발사통제센터(MDC) 내부에서는 성공 확인 공지가 울려 퍼지자마자 연구진들이 서로 얼싸안고 악수하며 환호했다. 발사 중간중간 MDC 연구자들이 손뼉을 치는 소리는 오퍼레이터의 공지 너머로 계속해서 센터를 가득 채웠다.

 

누리호 사업의 두 번째 수장을 맡은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포스텍 후드티를 입은 채 연구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기쁨을 공유했다. 그는 "우리 연구원들이 워낙 잘하기 때문에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성공하니 기쁨은 말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발사 직전의 기술적 이슈 해결에 대해 박 단장은 "그 문제 또한 우리 연구원들이 빠르게 잘 해결해 주신 게 너무 좋았다"며 "항우연과 참여 기업 엔지니어들의 합작품이며, 누리호의 설계적 검증이 완벽히 이루어졌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발사 운용 과정을 전파하는 오퍼레이터의 변화였다. 앞선 1~3차 발사와 달리, 이번 4차 발사의 오퍼레이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에 올해 입사한 신입 사원이 맡았다.

 

나로우주센터 내에 울려 퍼진 한화 소속 신입 사원의 또렷한 목소리는 누리호 사업이 항우연 주도에서 민간 기업으로 이전되는 '새로운 걸음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New Space) 시대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은 기술적 성취를 넘어 한국 우주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대공황 시대의 절망과 사랑, 왜 지금 우리를 울리나…'보니 앤 클라이드'의 귀환

잊었다. 이처럼 암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올겨울 나란히 한국 관객을 찾는다. 하나는 갱단에 쫓기는 남자들의 유쾌한 생존기를 그린 코미디 '슈가'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를 뒤흔든 실존 범죄자 커플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보니 앤 클라이드'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작품은 같은 시대를 무대 삼아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먼저, 국내 초연으로 막을 올리는 '슈가'는 1959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고전 '뜨거운 것이 좋아'를 원작으로 한 유쾌한 여장 코미디 뮤지컬이다.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재즈 뮤지션 '조'와 '제리'가 여자로 변장해 여성 재즈 밴드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정체를 숨긴 채 밴드의 매력적인 가수 '슈가'에게 사랑을 느끼는 조, 그리고 여자인 줄 알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백만장자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제리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재즈와 스윙 선율이 극을 채우는 가운데, 갱단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카고의 어두운 차고에서 낙원 같은 마이애미 해변으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무대 연출이 관람 포인트다.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등이 조 역을, 김법래, 김형묵 등이 제리 역을, 그리고 솔라, 양서윤 등이 슈가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반면, '보니 앤 클라이드'는 대공황 시대의 불안과 절망이라는 어두운 정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 같은 삶을 꿈꾸던 카페 종업원 보니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클라이드가 만나 숙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은행과 상점을 털며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부패한 권력과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비치며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보니의 베레모와 클라이드의 중절모는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에서 재즈, 록, 블루스를 넘나드는 강렬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11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는 조형균, 윤현민, 옥주현, 이봄소리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해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선보인다.'보니 앤 클라이드'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작진은 끝없는 경쟁과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자유, 성취를 꿈꾸는 젊은 세대의 감정이 작품 전반에 깊이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혹독했던 시대에 모든 것을 걸고 사랑과 자유를 좇았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 편은 유쾌한 웃음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다른 한 편은 치명적인 로맨스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두 작품의 등장이 올 연말 공연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