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男학생은 '유튜버', 女학생은 '의사'…달라도 너무 다른 장래희망 1순위

2025-11-27 18:06

 유튜버와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리고 판·검사 등 법률전문가가 초등학생들의 새로운 '꿈의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화하는 사회상과 미디어 환경이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선수가 8년 연속 초등학생 희망 직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의사가 2위를 차지했으며,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작년 4위에서 3위로 올라서며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반면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교사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며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변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순위권 밖이었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3위(4.8%)를 차지한 것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아이들의 직업관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초등학교 남학생의 경우 운동선수(22.5%) 다음으로 크리에이터(7.9%)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망의 대상이 전통적인 위인에서 미디어 속 인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법률전문가의 약진이다. 전년 9위였던 법률전문가는 올해 6위로 세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는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를 통해 전문직이 긍정적으로 노출된 효과로 풀이된다. 반면 여학생들은 의사(6.7%)와 교사(6.5%)를 가장 선호해,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고등학생으로 올라가면서는 '안정성'이 희망 직업 선택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교사를 희망 직업 1순위(각각 7.5%, 7.6%)로 꼽았으며, 그 비율 또한 전년 대비 상승했다. 특히 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 변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생명과학자·연구원이 작년 7위에서 3위로, 보건·의료 분야 기술직이 11위에서 4위로 수직 상승한 반면, 한때 열풍을 이끌었던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적으로 유망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대학 진학 희망 비율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취업 희망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중학생의 경우 40.1%에 달해, 고등학생(28.7%)이나 초등학생(21.9%)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자신의 미래를 그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진로 교육이 아이들 각자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급별 특성에 맞는 진로 교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획일적인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탐색할 시간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정제된 서정성 vs 폭풍 같은 격정…피아니스트 임연실, 베토벤의 두 얼굴을 한 무대에 올린다

IV'는 고전주의의 틀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던 청년 베토벤의 음악적 야심과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임연실은 이번 독주회에서 베토벤의 초기 작품 중에서도 각기 다른 개성과 의미를 지닌 세 개의 소나타를 선정, 작품에 담긴 서정성과 실험 정신, 그리고 극적인 드라마를 그녀만의 섬세하고도 힘 있는 해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관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익숙한 명곡의 새로운 면모는 물론, 베토벤이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거대한 음악적 비전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이번 공연의 포문은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 중에서도 정제된 서정성이 돋보이는 소나타 9번 E장조로 연다. 이 곡은 내면의 균형감과 함께 피아노의 음향적 가능성을 탐구하던 베토벤의 실험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베토벤 스스로 '큰 소나타(Grande Sonata)'라고 명명했을 만큼 거대한 규모와 구성을 자랑하는 소나타 4번 E-flat장조가 장식한다. 약 28분에 달하는 연주 시간, 폭넓은 음역대와 다채로운 화성은 당시 통상적인 소나타의 규격을 뛰어넘는 것으로, 피아노 소나타를 교향곡에 버금가는 대규모 예술 형식으로 격상시키려 했던 베토벤의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고전적 형식미 속에 낭만주의적 감성의 싹을 틔운 초기 대작으로 평가받는 이 곡을 통해 관객들은 청년 베토벤의 뜨거운 열정과 야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연주회의 대미는 대중에게 '비창(Pathétique)'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가 장식한다. 이 곡은 베토벤이 직접 '비장하고 감정을 강하게 일으키는 대 소나타'라는 의미의 표제를 붙인 최초의 피아노 소나타로, 그의 초기 작품 세계에서 가장 극적인 서사와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걸작이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격정과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고전주의 시대의 종언과 낭만주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곡으로 평가받는다. 임연실은 이 곡을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그것을 아우르는 견고한 구조적 완성도를 동시에 선보이며 베토벤 음악의 정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처럼 다채로운 베토벤의 초기 세계를 그려낼 피아니스트 임연실은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최고성적으로 마치며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정통파 연주자다. 현재 명지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객원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학구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해석과 탁월한 연주력을 통해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할 것이다.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할 베토벤의 초기 걸작들이 쌀쌀한 겨울밤,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