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팀 나왔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김재환의 FA 재수, 이대로 실패하나

2025-11-27 18:16

 18년간 '베어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거포 김재환이 정든 유니폼을 벗고 시장에 나왔다. 두산 베어스는 26일, 김재환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사실상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는 4년 전 FA 계약 당시 포함했던 특별 조항에 따른 것으로, 김재환은 이제 보상 선수도, 보상금도 필요 없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 몸'이 되었다. 통산 27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국가대표급 강타자를 아무런 부담 없이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차갑기만 하다. 유력 행선지로 꼽혔던 영남권 구단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면서 거포의 겨울은 예상보다 춥고 길어질 전망이다.

 

김재환은 2008년 데뷔 후 오직 두산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자 2010년대 두산 왕조의 중심을 지킨 타자다. 2018년에는 44홈런 133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왕을 휩쓸며 정규시즌 MVP에 오르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당초 FA를 재신청하지 않고 두산과 비FA 다년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에 이번 결별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김재환으로서는 18년간 몸담았던 팀에 남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그림이었겠지만, 그는 비난을 감수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시장에 나오는 실리를 택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뜨거운 러브콜이 아닌 차가운 외면이었다.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던 영남권 구단들은 약속이나 한 듯 영입에 선을 그었다. 팀 홈런 최하위로 장타력 보강이 시급한 롯데 자이언츠는 "외부 영입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한 NC 다이노스 역시 외야 자원이 풍부하고, 높은 연봉을 맞춰줄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최근 FA 시장에서 최형우 영입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삼성 라이온즈마저 김재환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 문제가 영입 고려 대상에서 그를 배제시킨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시선은 수도권과 다른 지역 구단으로 향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SSG 랜더스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한유섬 외에 마땅한 좌타 거포가 없는 SSG의 팀 사정상 김재환은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만약 KIA 타이거즈가 협상 중인 최형우를 놓칠 경우, 그 대안으로 김재환에게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타력 보강이 팀의 제1 과제인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 역시 잠재적인 행선지로 꼽힌다. 다만 이들 구단 모두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이마저도 희망적인 관측에 불과하다. 결국 김재환은 구단과의 계약 조항을 영리하게 활용해 누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시장에 나왔지만, 정작 자신을 받아줄 팀을 찾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276홈런 거포의 새 팀 찾기는 해를 넘기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대공황 시대의 절망과 사랑, 왜 지금 우리를 울리나…'보니 앤 클라이드'의 귀환

잊었다. 이처럼 암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올겨울 나란히 한국 관객을 찾는다. 하나는 갱단에 쫓기는 남자들의 유쾌한 생존기를 그린 코미디 '슈가'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를 뒤흔든 실존 범죄자 커플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보니 앤 클라이드'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작품은 같은 시대를 무대 삼아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먼저, 국내 초연으로 막을 올리는 '슈가'는 1959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고전 '뜨거운 것이 좋아'를 원작으로 한 유쾌한 여장 코미디 뮤지컬이다.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재즈 뮤지션 '조'와 '제리'가 여자로 변장해 여성 재즈 밴드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정체를 숨긴 채 밴드의 매력적인 가수 '슈가'에게 사랑을 느끼는 조, 그리고 여자인 줄 알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백만장자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제리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재즈와 스윙 선율이 극을 채우는 가운데, 갱단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카고의 어두운 차고에서 낙원 같은 마이애미 해변으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무대 연출이 관람 포인트다.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등이 조 역을, 김법래, 김형묵 등이 제리 역을, 그리고 솔라, 양서윤 등이 슈가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반면, '보니 앤 클라이드'는 대공황 시대의 불안과 절망이라는 어두운 정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 같은 삶을 꿈꾸던 카페 종업원 보니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클라이드가 만나 숙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은행과 상점을 털며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부패한 권력과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비치며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보니의 베레모와 클라이드의 중절모는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에서 재즈, 록, 블루스를 넘나드는 강렬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11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는 조형균, 윤현민, 옥주현, 이봄소리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해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선보인다.'보니 앤 클라이드'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작진은 끝없는 경쟁과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자유, 성취를 꿈꾸는 젊은 세대의 감정이 작품 전반에 깊이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혹독했던 시대에 모든 것을 걸고 사랑과 자유를 좇았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 편은 유쾌한 웃음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다른 한 편은 치명적인 로맨스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두 작품의 등장이 올 연말 공연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