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윤석열의 '옥중 메시지'…"나를 위해 기도해달라" 편지 공개 파장

2025-11-28 17:41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사 강사 출신으로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전한길 씨는 오늘(28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옥중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앞서 전 씨가 먼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좁은 수감 공간 속에서도 여전히 외부의 지지 세력과 긴밀히 소통하며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개된 편지에서 윤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현 상황을 해석하고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전한길 씨를 향해 "하나님이 대한민국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칭하며, "안전과 건강을 지켜달라고 하나님께 아침, 저녁으로 늘 기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자신의 수감 생활을 "고난 당하는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시편 구절을 인용하며, 이는 "하나님의 섭리가 허락하신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현재의 사법적 절차를 정치적 탄압이자 신이 내린 시련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지지층의 동정심과 종교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편지는 단순히 개인적인 안부를 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핵심 지지 그룹과 국내외 우군들의 안위를 챙기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과거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고든 창 변호사와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감사와 안부 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자신의 지지 기반이 국내를 넘어 해외의 특정 이념 그룹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에 대해서도 "아침, 저녁마다 주께 기도드리고 있다"며 각별한 마음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손 목사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해 온 핵심 인물이다.

 

결론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이번 옥중서신은 철저히 계산된 '옥중 정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는 편지를 통해 자신을 '신념을 위해 고난받는 순교자'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국내외 핵심 지지 세력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들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는 수감 상태라는 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보수 진영의 구심점임을 분명히 하고, 재판 과정과 향후 정치적 행보에 있어 지지층의 변함없는 충성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편지 말미에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여러분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인 것은, 자신의 투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자유대한민국'을 위한 성전(聖戰)이라는 프레임을 완성하며 지지층의 대오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손흥민에 BTS까지 소환…25년 만에 돌아온 '마당놀이 홍길동'이 작정하고 만든 무대

로 뜨거웠다. 흥겨운 남사당패의 가락에 맞춰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였고,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고사를 지내는 진풍경은 엄숙한 공연장의 경계를 허물었다. 숨소리마저 조심해야 했던 기존의 공연 문화와는 달리, 마음껏 웃고 추임새를 넣으며 즐길 수 있는 마당놀이의 귀환은 관객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하며 연말을 위한 완벽한 처방전임을 예고했다.이번 공연은 고전 '홍길동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가장 파격적인 변신은 단연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이 연기하는 '여성 홍길동'의 탄생이다. 와이어에 몸을 싣고 5m 상공을 날아오르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시원한 소리를 뽑아내는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압권이다. 패랭이와 푸른 쾌자로 상징되는 홍길동의 모습이 여성 소리꾼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릴 수 있음을 증명하며,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설움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영웅상을 제시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아크로바틱, 감쪽같은 마술,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 등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고난도 볼거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며 2시간의 공연 시간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낡은 고전을 2025년의 무대로 성공적으로 소환한 비결은 대중문화 코드의 과감한 차용과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세심한 각색에 있다. 홍길동의 인기를 "BTS 뺨치는 신드롬"에 비유하고, 축구선수 손흥민을 소환하는 등 재치 있는 대사들은 시종일관 객석의 웃음을 터뜨린다. 올해 인기를 끈 '사자보이즈'가 홍길동을 쫓는 역할로 등장하고,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홍길동의 활약을 돕는 등 현대적인 캐릭터 활용도 돋보인다. 또한, 남성 중심의 원작 서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여성 홍길동을 필두로 원작에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 캐릭터를 추가함으로써, 차별 없는 세상을 외쳤던 '홍길동 정신'을 더욱 선명하게 구현해내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마당놀이의 백미인 풍자와 해학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통쾌하게 객석을 파고든다. "뼈를 깎는 반성과 회개를 해야 할 자들이 참회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구나"라는 일침은 특정 정권을 넘어 시대를 막론하는 위정자들의 무능과 위선을 정통으로 꼬집는다. 계엄, 주가조작, 뇌물수수 등 현실의 답답한 문제들을 유쾌하게 비틀어내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의 열띤 박수와 공감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율도국에 머물러야 할 홍길동이 굳이 2025년의 대한민국으로 날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공연은 웃음과 해학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