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56명, 실종 30명…홍콩 최악의 참사에 분노한 행정장관 "끝까지 추궁하겠다"

2025-12-03 17:31

 홍콩 전체를 충격과 비탄에 빠뜨린 최악의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와 관련해, 홍콩 정부가 법관을 수장으로 하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규명에 착수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참사의 원인과 불길이 왜 그렇게 빠르게 번졌는지 등 모든 관련 문제를 철저히 검토하기 위해 독립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하며,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단순한 사고 조사를 넘어, 참사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뿌리 뽑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성역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존 리 장관은 조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부실 공사 문제, 건설업계의 담합 여부, 당국의 부실한 안전 점검, 관련 책임자들의 역할, 불투명한 입찰 과정, 그리고 건물 자체의 소방 시스템 결함 가능성까지 모든 의혹을 원점에서 파헤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끝까지 조사하고 진지하게 개혁할 것"이라며 "그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고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현재까지 사망 156명, 부상 79명, 실종 30명이라는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약속한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약속과 별개로, 경찰의 신속한 강제수사도 본격화되면서 관련자들의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홍콩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총 15명을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보수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들의 책임자급 인사들로, 원청인 보수공사 업체와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를 비롯해, 2차 하도급 업체인 비계 설치 및 외벽 공사 업체 관계자들까지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의 과실이 대형 참사를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홍콩 사회는 이번 참사를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구조적 비리가 빚어낸 '인재(人災)'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법관을 앞세운 독립위원회 카드를 꺼내 든 것 역시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공사 현장의 안전 문제부터 시작해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 이를 눈감아준 감독 당국의 문제까지, 이번 조사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하게 될지 홍콩 사회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가 홍콩 사회의 안전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내 인생을 바꿨다\"…대한민국 감독들이 '성지'라 부르는 극장의 정체

스트가 운영하는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영화감독, 배우, 제작진 등 200여 명의 영화인과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 중심가에 아직도 이런 극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며 한목소리로 극장의 존재 가치를 되새겼다. 이들이 감탄한 '이런 극장'이라는 표현 속에는, 오직 상업 논리가 아닌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한 길을 걸어온 씨네큐브의 뚝심과 품격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씨네큐브의 역사는 2000년 12월 2일, '도심 속에서 시민이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개관 이후 씨네큐브는 엄선된 작품과 최적의 관람 환경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지난 25년간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 올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씨네큐브 25주년 특별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등 의미 있는 기획전을 열었으며, 25주년을 기념하는 앤솔러지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제작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엄재웅 티캐스트 대표는 "앞으로의 25년도 함께할 것"이라며 씨네큐브가 지켜온 가치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이번 25주년을 상징하는 가장 특별한 결과물은 단연 기념 영화 '극장의 시간들'이다.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세 명의 감독이 참여한 이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과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냈다. 영화광들의 이야기를 다룬 '침팬지',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아역 배우들의 모습을 그린 '자연스럽게', 극장 스태프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의 시간'까지, 세 편의 단편은 '극장에서 느꼈던 희로애락은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관객,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다양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예술적, 사회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기념식에 참석한 '극장의 시간들' 감독들은 씨네큐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공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장건재 감독은 "광화문에는 시청 광장도, 청계천도 있고, 씨네큐브도 있다"는 짧지만 강렬한 말로 씨네큐브가 도시의 중요한 일부임을 강조했다. 이종필 감독은 "이제 광화문에 남은 예술영화관은 씨네큐브뿐"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공간이라고 말했고, 윤가은 감독은 "이 극장에서 내 인생을 바꿔준 영화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며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꿀 영화들이 계속 상영되길 바란다"는 애정 어린 당부를 남겼다. 25년의 시간을 돌아본 씨네큐브는 연말 기획전을 이어가며, 이제 또 다른 25년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