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수출 막아봤자…'화웨이 괴물' 때문에 백기 든 트럼프

2025-12-10 17:45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수출을 허용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H200'이 실제 중국 땅을 밟기까지는 대만에서 미국을 경유하는 복잡하고 이례적인 공급망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TSMC에서 생산된 H200 칩이 중국으로 곧장 향하는 대신, 먼저 미국으로 보내져 특별 안보 심사를 거치도록 요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 기업의 수출은 허용하되,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는 무엇보다 미국 내의 강경한 대중국 압박을 의식한 조치다. 현재 미 상원에는 향후 30개월간 상무부 장관이 첨단 칩의 중국 수출 허가를 거부하도록 하는 '안전하고 실현가능한 수출 반도체법(SAFE법)'이 초당적으로 발의되는 등,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칩이 결국 중국군의 현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에, 미국 본토에서 직접 안보 심사를 진행한다는 명분을 통해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을 경유하는 방식은 안보 심사 외에 또 다른 핵심적인 목적을 해결하기 위한 '묘수'이기도 하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대중국 수출 매출 25% 정부 귀속' 방안의 법적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특정 국가로의 수출품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대만에서 생산된 칩을 일단 미국으로 '수입'하는 형식을 취해 관세나 수입세를 부과하고, 이를 다시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적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칩 자체를 검사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칩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안보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복잡한 조건까지 내걸면서 H200 칩의 수출을 허용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이미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무섭게 성장한 중국 화웨이의 기술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의 최신 '어센드' 칩 기반 AI 플랫폼이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미 중국이 자체적으로 고성능 칩을 대량 생산할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수출만 막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H200 수출을 허용해 미국이 18개월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중국을 미국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전략적 결론을 내린 셈이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예술과 산업의 만남, 올해 20주년…공예의 모든 것, 코엑스에서 펼쳐진다

로 20주년을 맞이한 이번 행사는 공예 문화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선도하며 대한민국 공예계의 발전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박람회다. 행사 첫날부터 박람회장을 찾은 수많은 참관객들은 장인들의 손길이 닿은 다채로운 공예품을 둘러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작품을 직접 만져보며 재료의 질감을 느끼고 작가의 숨결을 교감하는 모습은 기계로 찍어낸 공산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공예품 고유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2006년 '국제공예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뗀 공예트렌드페어는 지난 20년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공예 전문 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스무 해를 맞이한 올해 행사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예가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뿌리내리고 대중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는 증거다. 이번 박람회는 지난 20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동시에, 앞으로 한국 공예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이번 박람회는 공예 문화의 '대중화'와 '산업화'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다채로운 구성으로 채워졌다. 참관객들은 각양각색의 부스를 둘러보며 도자, 금속, 섬유, 목공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품들이 어떻게 현대적인 디자인과 만나 일상용품으로 재탄생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공예가 더 이상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실용적인 예술임을 보여준다. 또한, 재능 있는 공예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과 바이어에게 선보이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되며,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활발한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특별한 영감과 감성을 충전하고 싶다면 코엑스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장인의 혼이 담긴 수만 가지 공예품의 향연 속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연말연시 소중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한국 공예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이번 2025 공예트렌드페어는 오는 14일까지 나흘간 코엑스 A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