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멤버십 '해지 늪' 탈출…네이버·컬리보다 쉬워졌다

2025-12-12 19:13

 그동안 '해지하기 어려운 앱'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쿠팡이 정부 당국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쿠팡은 12일, 자사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의 해지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미지옥', '해지 늪' 등으로 불리며 원성을 샀던 복잡한 과정을 과감히 걷어내고, 단 두 번의 클릭만으로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이용자들의 편의는 외면한 채 해지를 어렵게 만들어 가입자를 묶어두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쿠팡이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중대한 정책 전환을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거 쿠팡의 멤버십 해지 과정은 이용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이었다. 해지를 시도하는 고객은 '내가 받고 있는 혜택 포기하기', '와우 전용 할인쿠폰 포기하기' 등 해지를 만류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으며, 마지막에는 탈퇴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까지 응해야만 했다. 최초 6단계에 달했던 이 복잡한 과정은 최근 4단계로 한 차례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다크 넛지(dark nudge)' 전략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 부적절하다는 공식적인 지적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경고등이 켜지자 쿠팡은 마침내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오늘부터 변경된 새로운 해지 절차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쿠팡 앱의 '마이 쿠팡' 페이지에서 '설정'으로 이동한 뒤, '와우 멤버십' 화면에서 '해지하기' 버튼을 누르고, 다음 화면에서 '해지 신청 완료하기'를 한 번 더 누르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과거처럼 고객을 붙잡기 위한 어떠한 회유나 불필요한 질문 과정도 없다. 이는 네이버나 컬리 등 경쟁 관계에 있는 동종 업계의 해지 절차와 비교해도 훨씬 간편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쿠팡이 마침내 업계의 표준적인 소비자 권리 보장 수준을 맞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해지 절차 하나가 바뀐 것을 넘어, 기업의 운영 철학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쿠팡은 멤버십 가입 후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서는 가입 기간에 상관없이 즉시 해지 및 결제 금액 전액 환불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와우 멤버십과 별개로 운영되는 '쿠팡플레이 스포츠 패스'의 경우, 쿠팡 앱이 아닌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직접 구독을 해지해야 하므로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변화를 계기로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강한 시장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지역이 발굴하고 중앙이 밀었다…'아르코 리프'가 쏘아 올린 예술계의 새 신호탄

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의 결과물인 ‘2025 아르코 리프(leap)’가 바로 그 무대다. 서울 종로구의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학고재 아트센터 세 곳에서 동시에 개막한 이번 전시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 17인의 창작 여정과 성장을 집대성하여 보여주는 특별한 기회다. 이는 단순히 지역 작가를 서울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다음 단계를 위한 실질적인 '도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이번 프로젝트는 지역과 중앙의 연계라는 새로운 지원 모델을 제시한다. 각 지역의 광역문화재단이 먼저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추천하면, 아르코가 이를 이어받아 후속 지원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선정된 17명의 작가들은 지난 1년간 아르코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창작 및 제작 지원은 물론, 비평 자문, 기획자 및 전시 공간 매칭, 출판, 전문가와의 일대일 컨설팅 등 다각적인 지원을 받으며 각자의 예술적 언어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시간을 가졌다.전시는 세 곳의 미술관에서 각각 다른 주제로 펼쳐지며 17인 작가들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다. 먼저 금호미술관에서는 ‘공존과 긴장의 장면들’이라는 주제 아래 구지은, 김주환, 김진희, 김희라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균형을 탐색하는지를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일민미술관에서는 ‘장소성과 심리의 재의미화’를 주제로 송성진, 임안나, 홍희령, 이현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장소'가 어떻게 구성되고 기억되며, 또 개인의 심리와 상호작용하며 변모하는지를 각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다.학고재 아트센터는 ‘실존·지질·감각의 예술적 탐구’라는 주제로 우은정, 황해연, 유경자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이처럼 ‘2025 아르코 리프’는 단순히 17명의 작가를 한데 모은 그룹전이 아니라, 각자의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해 온 예술가들이 서울이라는 새로운 자양분을 만나 어떻게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역이라는 토대 위에서 단단하게 벼려진 이들의 작품이 중앙 무대와 만나 어떤 새로운 담론과 에너지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