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종아리, 허리…부상에 900억 날린 김하성의 'FA 참사'

2025-12-16 18:23

 김하성의 'FA 대박'의 꿈이 산산조각 났다. 메이저리그 유격수 FA 시장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최소 800억에서 최대 118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따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정작 그가 받아든 계약서는 1년 2000만 달러(약 294억 원)짜리 단기 계약이었다. 당초 예상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자존심을 구긴 '헐값 계약'에 그치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잔류하게 된 것이다. 시장의 뜨거운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충격적인 결과에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다.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지긋지긋한 부상이었다. 2025시즌은 김하성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지난해 10월 받은 오른쪽 어깨 수술의 여파로 재활이 길어지며 7월에야 빅리그 무대에 복귀했고, 그마저도 종아리와 허리 부상이 연이어 터지며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내렸다. 제대로 된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선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시즌 동안 고작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4, 5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그의 최대 강점이던 수비에서마저 평균 이하(-3)의 기여도를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사실 김하성의 FA 도전은 나름의 승부수였다. 올겨울 유격수 FA 시장에 그와 보 비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어가 없었기에, 부상으로 얼룩진 한 해를 보냈음에도 과감하게 FA 자격을 얻어 시장의 평가를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시장은 그의 화려했던 과거가 아닌, 부상으로 망가진 현재의 모습에 더 주목했다. 결국 김하성은 다년 계약 대신 '내년의 나'에게 모든 것을 거는 단기 계약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을 택했다. 2026시즌 1600만 달러의 선수 옵션을 스스로 걷어차고 더 큰 꿈을 꿨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약간 더 많은 금액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내야수였다. 2023시즌에는 17홈런, 38도루를 기록하며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최근 3년간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거포의 상징인 피트 알론소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부상과 부진이 이 모든 명성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제 김하성은 벼랑 끝에 섰다. 2026시즌 애틀랜타에서 부활에 성공해 다시 한번 FA 대박을 노리느냐, 아니면 이대로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느냐, 그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역사책에선 차마 알려주지 못한 장영실의 '진짜' 삶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담하고 통쾌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역사에서 지워진 장영실이 사실은 조선을 떠나 르네상스가 꽃피우던 이탈리아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되었다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역사 기록의 마지막 한 줄, 그 너머의 삶을 무대 위에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관객들을 새로운 진실 혹은 상상 속으로 이끈다.1막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노비 출신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삶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무대 위에는 자격루, 혼천의 등 그의 위대한 발명품들이 감각적으로 재현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던 세종과의 관계는 단순한 군신 관계를 넘어 깊은 우정으로 그려지며 애틋함을 더한다. 하이라이트는 장영실의 발목을 잡았던 '안여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작품은 이 사건이 장영실을 벌하기 위함이 아닌, 시기하는 대신들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주기 위한 세종의 눈물겨운 선택이었음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관계에 깊이를 더하고 2막의 파격적인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한다.2막의 배경은 조선에서 르네상스의 심장부인 이탈리아 피렌체로 단숨에 이동한다. 세종의 배려로 목숨을 구하고 머나먼 이국땅에 도착한 장영실이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그의 스승이 되고, 조선의 앞선 과학 기술을 유럽에 전파했다는 과감한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심지어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알려진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속 주인공이 바로 장영실이었다는 설정은 이 대담한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이러한 시공간의 급격한 변화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무대 디자인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경복궁 근정전의 입체적인 모습부터 성 베드로 대성당의 상징적인 건축미까지, 화려한 볼거리는 이야기의 빈틈을 채우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물론 방대한 소설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2막의 전개가 다소 급하게 느껴지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은 이러한 서사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탈리아에 홀로 남아 조선과 두고 온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그리웁다'는 천재 과학자의 모습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외로움과 고뇌를 오롯이 전달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꿈과 재능이 있어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 시대의 수많은 '장영실'에게, 이 작품은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을 용기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