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할리우드, 중국서 부활? 디즈니가 해냈다

2025-12-22 17:47

 한때 주춤했던 할리우드가 세계 최대 영화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월트디즈니의 대작 '아바타 3: 불과 재'가 개봉 첫 주말 중국에서 5760만 달러(약 76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중국에서 개봉한 외국 영화 중, 앞서 돌풍을 일으켰던 디즈니의 또 다른 작품 '주토피아 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첫 주 흥행 기록이다.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두 편이 연달아 중국 시장을 강타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이러한 흥행 성공은 최근 몇 년간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중국 정부가 자국 콘텐츠를 노골적으로 선호하고 애국주의 소비 열풍이 불면서, 할리우드는 한때 막대한 수익원이었던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올해 중국 영화 시장은 자국 블록버스터 '네자 2'가 전체 티켓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로컬 콘텐츠가 시장을 주도하며 성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즈니의 대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자,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에 할리우드 전체가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트디즈니의 연이은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주토피아'와 '아바타'는 이미 중국 관객들에게 막강한 팬덤을 구축한 '믿고 보는' 프랜차이즈다. '주토피아 2'는 이미 중국에서 5억 39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가장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관련 어트랙션까지 흥행시키는 위력을 보여줬다. '아바타'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은 2억 4700만 달러, 극장 수가 훨씬 적었던 시절에 개봉한 1편조차 2억 62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을 정도로 중국 내 인기가 뜨겁다. 현지에서는 '아바타 3'가 약 11억 위안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주토피아 2'와 '아바타 3'의 연타석 홈런은 중국 관객들이 할리우드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높은 완성도를 갖춘 검증된 프랜차이즈에는 여전히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중국 박스오피스 상위 5개 외국 영화가 거둔 수익은 약 8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의 5억 1800만 달러에서 크게 늘어났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고품질의 콘텐츠는 언제든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할리우드의 중국 시장 공략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도자기에 유리 조각을? 연말에 꼭 봐야 할 기묘한 전시

중을 찾아온다.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대구 중구 방천시장 내에 위치한 보나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배찬영, 유지연, 이정원, 이희령, 홍영주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자연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명 '가자미'는 '가자, 미술 보러'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관람객들에게 일상 속 예술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배찬영 작가는 상반된 물성의 결합을 통해 이중적인 개념을 탐구한다. 그는 은은한 빛을 머금은 도자기의 부드러운 곡선 위로 날카롭고 투명한 유리 조각의 파편을 결합하여 시각적인 충돌과 조화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안정과 불안, 전통과 현대, 치유와 상처, 그리고 아름다움과 취약성이라는 양가적인 감정과 개념들이 공존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유지연 작가는 '연(緣)인연-숲'이라는 주제 아래 시간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강인한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특히 한지와 짚을 이용해 만들어낸 거친 질감(마티에르) 위에 다채로운 혼합 물감의 색채를 겹겹이 쌓아 올림으로써, 인연과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깊이를 표현한다.그런가 하면 이정원 작가는 한국 전통의 솟대 형태를 빌려온 점토 가변설치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솟대의 모습은 예로부터 마을의 안녕과 소망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듯, 그의 작품 역시 기다림, 응원, 보호, 소망, 동행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들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이희령 작가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비움과 채움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작품의 중심에 둔다. 그는 대상에서 느낀 본질적인 기운을 흑백의 강렬한 대비 또는 오방색의 상징적인 색채로 단순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형태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마지막으로 홍영주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서사를 작품에 녹여낸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함빡 피어난 모란꽃이다. 이 모란은 작가가 작업의 방향을 잃고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 성모당 화단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 모란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역경을 이겨내는 생명력과 재기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참여 작가인 이희령은 "서로 다른 다섯 개의 작업 세계가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숲의 결, 흙의 향기, 대지의 빛을 닮은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연말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줄 것"이라며 기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