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침묵이 부른 '탈팡', 쿠팡 이용자 수 급감

2025-12-23 10:05

 3370만 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쿠팡이 최고 경영진의 무대응으로 인해 심각한 고객 이탈 위기에 직면했다.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침묵'이 장기화되면서, 쿠팡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가 최근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쿠팡의 DAU 추정치는 1488만21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쿠팡이 통상적으로 유지해왔던 1500만~1600만 명대에서 이탈한 수치로, 140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10월 25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1500만 명 선이 붕괴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소비자 신뢰 상실에 따른 명확한 시장의 징벌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직후, 고객들이 피해 확인을 위해 일시적으로 접속이 급증해 DAU가 1700만 명대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는 실제적인 서비스 이용 증가가 아니었다. 이후 쿠팡 경영진이 사태 수습과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자, 고객들의 분노는 곧바로 '탈팡'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은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중대 사안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의장 등 최고위층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 고객의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라며 "이번 DAU 하락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쿠팡이 쌓아 올린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매 움직임은 사회적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배우 문성근 씨와 김의성 씨 등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탈팡'을 인증하며 쿠팡에 대한 비판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정치권도 쿠팡의 부실한 대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국회 5개 상임위원회(과방위, 정무위 등)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며 쿠팡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예고했다. 경영진의 무대응이 결국 정치권의 강도 높은 조사와 규제 강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우리가 잃어버렸던 '말'을 되찾다, '말모이' 원고 실물 공개

고 있다. 이번 전시들은 해방 직후의 혼란 속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되찾으려 했던 치열한 노력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밤'이라는 시간의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첫 번째 특별전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는 제목 그대로 일제강점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주한 해방 공간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잃어버렸던 우리말과 글, 왜곡된 역사, 그리고 흩어진 공동체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한 유물과 함께 보여준다. 1부에서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와 '훈민정음 해례본'의 첫 영인본을 통해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기리고, 광복 후 부여받은 국제 무선호출부호 'HLKA'가 새겨진 스피커를 통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했음을 알린다. 2부에서는 조선총독부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은 국새 '칙명지보'와 우리 손으로 직접 진행한 최초의 발굴조사인 경주 호우총 출토 유물을 통해 단절되었던 역사의 연속성을 잇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순신 장군 관련 병풍 '팔사품도' 등을 통해 민족의 영웅을 기리고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조명한다.또 다른 특별전 '밤 풍경'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밤'이라는 시간이 지녔던 다층적인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이 전시는 조선시대의 야간 통행금지 제도였던 '야금'에서부터 시작해, 미군정이 공포한 야간통행금지령을 거쳐 1982년 마침내 통금이 해제되기까지, 밤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통금 시절의 웃지 못할 다양한 일화를 담은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영감' 원화는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늦은 밤 PC통신으로 새로운 세상과 접속했던 추억을 소환하는 '하이텔 단말기'는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밤의 풍경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달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독립운동가 김여제의 시 '추석'이 실린 상해판 독립신문은, 누군가에게는 억압의 시간이었던 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시간이었음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준다.이 두 전시는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역사 되찾기' 전이 국가적 차원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거시적인 서사를 다룬다면, '밤 풍경' 전은 통제와 자유, 그리움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시대의 흔적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전시된 귀중한 사료와 유물들을 통해 잊고 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마주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대한민국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역사 되찾기'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밤 풍경' 전시는 내년 3월 22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