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포근, 밤엔 급강하…크리스마스 이브에 닥친 기온의 '배신'

2025-12-23 18:29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수요일, 낭만적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던 많은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전국 대부분 지역이 궂은 비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겠다. 밤사이 이어진 비는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내륙 지역에서 새벽녘에 잦아들겠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비 소식이 더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경상권 동부 지역은 아침까지, 제주도는 오후 늦게까지 비가 계속 내리며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 동해안 지역은 오전부터 밤사이 0.1mm 미만의 매우 적은 양의 빗방울이 간간이 흩날리는 곳이 있겠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비 대신 눈이 내리며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북동부 지역에는 1cm 안팎의 눈이 쌓여 하얀 풍경을 연출하겠고, 특히 강원 중·북부 산지에는 최대 5cm의 제법 많은 눈이 예보되어 있어 설경을 기대해 볼 만하다. 강원 중·북부 내륙 지역에도 1cm 내외의 눈이 내려 쌓이면서, 같은 날 서로 다른 겨울 풍경이 펼쳐지는 독특한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전망이다. 예상 누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그리고 충청권과 전라권, 경상권, 제주도에서 5~20mm, 강원 내륙 및 산지는 5~10mm로 예상된다.

 


크리스마스이브 낮 동안에는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도에서 영상 10도 사이의 분포를 보이겠고, 낮 최고기온 역시 영상 4도에서 14도까지 올라 평년 기온을 웃도는 포근한 날씨를 보이겠다. 이 때문에 비가 그친 지역에서는 잠시나마 활동하기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이러한 날씨는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밤부터 북서쪽에서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겠고, 강한 바람까지 동반되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아 매우 춥게 느껴지겠다.

 

불청객 같은 겨울비 소식 속에서도 반가운 점은 미세먼지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대기 확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유지하며 깨끗한 공기를 보이겠다. 따라서 비가 그친 뒤에는 잠시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에도 좋겠다. 다만, 하루 사이에도 기온 변화의 폭이 매우 크고 밤부터는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만큼, 저녁 시간대 외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목도리나 장갑 등 방한용품을 반드시 챙겨 급격한 기온 변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우리가 잃어버렸던 '말'을 되찾다, '말모이' 원고 실물 공개

고 있다. 이번 전시들은 해방 직후의 혼란 속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되찾으려 했던 치열한 노력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밤'이라는 시간의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첫 번째 특별전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는 제목 그대로 일제강점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주한 해방 공간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잃어버렸던 우리말과 글, 왜곡된 역사, 그리고 흩어진 공동체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한 유물과 함께 보여준다. 1부에서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와 '훈민정음 해례본'의 첫 영인본을 통해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기리고, 광복 후 부여받은 국제 무선호출부호 'HLKA'가 새겨진 스피커를 통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했음을 알린다. 2부에서는 조선총독부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은 국새 '칙명지보'와 우리 손으로 직접 진행한 최초의 발굴조사인 경주 호우총 출토 유물을 통해 단절되었던 역사의 연속성을 잇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순신 장군 관련 병풍 '팔사품도' 등을 통해 민족의 영웅을 기리고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조명한다.또 다른 특별전 '밤 풍경'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밤'이라는 시간이 지녔던 다층적인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이 전시는 조선시대의 야간 통행금지 제도였던 '야금'에서부터 시작해, 미군정이 공포한 야간통행금지령을 거쳐 1982년 마침내 통금이 해제되기까지, 밤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통금 시절의 웃지 못할 다양한 일화를 담은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영감' 원화는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늦은 밤 PC통신으로 새로운 세상과 접속했던 추억을 소환하는 '하이텔 단말기'는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밤의 풍경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달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독립운동가 김여제의 시 '추석'이 실린 상해판 독립신문은, 누군가에게는 억압의 시간이었던 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시간이었음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준다.이 두 전시는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역사 되찾기' 전이 국가적 차원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거시적인 서사를 다룬다면, '밤 풍경' 전은 통제와 자유, 그리움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시대의 흔적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전시된 귀중한 사료와 유물들을 통해 잊고 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마주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대한민국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역사 되찾기'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밤 풍경' 전시는 내년 3월 22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