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승부수, 서울 남산에 LG '비밀 요새' 생겼다
2025-12-26 17:15
LG그룹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거점을 마련했다. 이는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겠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재 경영 철학이 구체적인 공간으로 구현된 것이다. LG그룹의 레저 및 부동산 개발 자회사인 디앤오(D&O)는 서울 중구 남산동에 조성한 '남산리더십센터(NLC)'가 내년 1월 초 정식으로 문을 연다고 밝혔다. 이로써 LG는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새로운 심장부를 갖추게 됐다.2023년 7월 착공하여 지난달 위용을 드러낸 남산리더십센터는 남산동 3가 일대 약 5050㎡(연면적 약 1만900㎡) 부지에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로 건립되었다. LG 측은 한국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룹의 역사와 정신(헤리티지)을 건축물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교육 시설을 넘어, 공간 자체가 LG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센터는 내년 1월 중순에 진행될 LG그룹 신임 임원 리더십 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들의 새로운 요람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특히 센터 내부에는 그룹의 역사와 각 계열사의 주요 사업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별도의 전시 공간까지 마련했다. 이는 교육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LG그룹의 일원이라는 자긍심과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고취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부분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남산리더십센터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임직원들이 새로운 전략적 시각을 함양하고 리더십을 강화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이천의 LG인화원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 육성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의 인재에 대한 투자가 서울의 중심에서 새로운 결실을 맺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싼 세계의 모습이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모순적인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의 결과물이다. ‘나는 우주의 먼지’라는 흔한 말 이면에는, 그 우주를 구성하는 것 역시 바로 ‘나’라는 역설이 존재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내밀한 감정들을 한지 위에 먹과 잉크, 아크릴로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전시의 제목처럼,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그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무나씨라는 작가명은 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어린 시절부터 ‘지워지고 싶다’는 욕망과 고독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았지만, 동시에 세상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또 다른 자아가 그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숨고 싶지만 드러내고 싶고, 내성적이지만 할 말은 많은 이 팽팽한 내적 줄다리기는 그의 창작 활동의 근원이 되었다. 처음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은 그림이 아닌 글이었다. 틈틈이 쓴 단편을 엮어 산문집을 만들어 카페에서 팔기도 했던 경험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무나씨’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에서 착안해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여기에 타인을 부르는 호칭 ‘씨’를 붙여 스스로를 타자화한 것이다. 말은 쉽게 흩어지고 글은 추상적인 감정을 담기에 버거웠지만, 그림은 명확한 설명 없이도 관객 각자의 해석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가장 완벽한 숨을 곳이자 표현의 장이 되어주었다.그의 작품은 수많은 선의 집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산수화라는 전형성에 갇히기 싫었던 작가는, 통일신라나 고려 시대 불화처럼 지극한 공력이 들어간 정교한 작업을 추구했다. 그는 한지에 먹을 사용해 무수한 선을 한 획씩 그어 화면을 채우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 그림에 시간의 층위를 쌓고 작가 자신의 소란스러운 마음을 견뎌내는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상형문자 석관에서, 돌덩이 앞에 웅크려 앉아 망치를 쪼았을 석공의 시간에 깊이 감정 이입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선 하나하나에는 사실 작가의 혼란한 내면과 그것을 이겨낸 억겁의 시간이 담겨 있으며, 관객들이 바로 그 지점에서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무나씨의 작품 세계는 최근 중요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과거 자신과 타인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혼자만의 자유를 이야기했던 그가, 이제는 그 경계를 허무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은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을 넘는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막상 그 경계가 허물어졌을 때 찾아오는 예상 밖의 자유로움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RM이다. RM은 무나씨의 작품 2점을 소장한 컬렉터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그가 소장한 ‘영원의 소리’가 포함되어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페어에서 작품을 본 RM이 직접 작가의 자택까지 방문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구매해 갔다는 일화는, 그의 작품이 지닌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