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쇼에 불과한 조사"…정청래, 공천헌금 의혹 덮나
2025-12-31 16:00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1억 원대 '공천 헌금' 수수 의혹으로 인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강선우 의원에 대해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정 대표는 강 의원과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김경 시의원을 즉각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전 원내대표를 감찰 대상에서 제외한 결정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모양새다.민주당은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미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했기 때문에, 당장의 감찰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의혹이 제기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라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으며, 돈을 건넨 김경 시의원이 실제로 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규명은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내대표직 사퇴라는 정치적 행위가 불법적인 공천 헌금 묵인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번 조치를 '쇼'라고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강제성도 실효성도 없는 당내 자체 조사 기구를 앞세워 문제를 덮으려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정청래 대표의 진상조사 지시는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핵심 인물이 빠진 반쪽짜리 감찰이 과연 공천 헌금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수상 기념전 '묻다, 묻다'는 그 정수를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가로 5m, 세로 3m에 육박하는 거대한 걸개그림 '흩어지고 있었어'다. 작가가 키우다 죽은 반려묘의 사체를 떠올리며 그린 이 작품은, 버려진 반투명 천들을 여러 겹 기워 만든 화폭 위에 생명이 빠져나간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눈 감은 고양이의 사체 위로 들끓는 수많은 구더기들은 마치 누런 잔잎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소멸의 과정을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흔적으로 시각화한다. 겹겹이 이어진 천의 너울거림은 조명과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도시에서 소외된 비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노동, 여성, 생태, 사회 문제 등 폭넓은 주제를 자신만의 감각적인 색채와 필선으로 다뤄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회고전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지점은 작가의 현재진행형인 실험과 탐구 정신이다. 그 중심에는 전시의 의미를 상징하는 신작 '손'이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수상한 오지호미술상의 주인공, 화가 오지호의 손을 상상하며 그린 것이다. 작가는 오지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품격을 붓을 수직으로 세워 그리는 '중봉'의 필치로 해석했다. 나아가 한국전쟁 당시 오지호가 빨치산으로 활동하며 백운산에 미술 도구를 묻었던 행적을 추적하며, 시대의 부름에 예술가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방정아는 이 '손' 그림을 실제로 백운산 계곡 땅에 묻었다가 다시 꺼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묻다(Bury)'라는 행위를 통해 '묻다(Ask)'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의적 퍼포먼스는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를 관통한다.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작가의 끊임없는 자기 갱신 노력이 돋보인다. 2018년 이석증을 앓으며 겪었던 고통스러운 현기증을 담은 자화상적 그림 '이석증'을 기점으로, 그의 화면에는 추상적인 잔선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 떨리는 듯한 필선은 이후 미군부대의 폐유 문제, 2020년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불안한 내면, 도시의 폭력적 구조 속에 가려진 존재들을 다루는 근작들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나타난다. 또한, 속이 비치는 폐천을 여러 겹으로 기워 하늘거리게 만든 걸개그림 형식은 작품이 단순히 벽에 걸린 그림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관객과 서로를 비추고 마주 보게 하는 새로운 관람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작가가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이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 즉 태도까지 얼마나 깊이 고심하는지를 보여준다.이러한 작가의 태도에 대한 성찰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2022년 작 '열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머러스하게 빛을 발한다.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거대한 파도를 마주한 사람들의 각양각색 반응을 담은 이 작품은 전시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파도에 과감히 뛰어드는 사람, 망설이는 사람, 그저 관조하는 사람의 모습들을 통해 작가는 삶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태도와 관점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결국 현대미술이 태도를 중시하듯, 방정아는 시대와 삶을 마주하는 자신의 태도를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으로 변주하며 진화해왔다. 이번 전시는 한국 화단에서 누구보다 태도의 윤리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한 실력파 여성 작가의 고투와 성취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