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충격 고백 "남자 선수들과 연습하는 이유는…"
2026-01-02 19:02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라이벌에게 당한 한 번의 뼈아픈 패배를 역으로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코트를 완벽하게 지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2일 공식 SNS를 통해 "안세영이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그 좌절감을 원동력으로 삼아 기록적인 성적을 거뒀다"고 조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파리에서 열린 2025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이었다. 당시 안세영은 최대 라이벌이자 천적으로 꼽히는 천위페이에게 0-2의 충격적인 완패를 당했다. 3개월 전 싱가포르 오픈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오히려 더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이 패배는 안세영을 주저앉힌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게 만드는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다.안세영은 BWF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복잡했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경기를 복기했을 때 답답한 생각이 많았다"고 고백하며, 패배의 순간을 곱씹으며 느꼈던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생각들을 다시 연습을 하면서 해소하려고 했다"며, 패배의 아픔을 훈련의 에너지로 치환시키는 초일류 선수의 정신력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선수로서 많은 타이틀을 얻고 싶고, 지금으로선 내가 '그랜드슬램'이라고 했던 것들을 다시 이뤄내고 싶다"며, 패배를 딛고 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피나는 노력은 곧바로 압도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천위페이에게 패배한 이후, 안세영은 마치 각성한 듯 코트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 등 권위 있는 대회들을 연달아 제패했고, 호주 오픈과 BWF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우승하며 2025시즌에만 무려 1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숙명의 라이벌 천위페이를 상대로 짜릿한 복수에도 성공했다. 프랑스 오픈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천위페이를 상대로 1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2-1로 승리한 것이다. 당시 두 선수는 모든 힘을 쏟아부은 듯 경기가 끝나자마자 코트 위에 그대로 드러누워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수상 기념전 '묻다, 묻다'는 그 정수를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가로 5m, 세로 3m에 육박하는 거대한 걸개그림 '흩어지고 있었어'다. 작가가 키우다 죽은 반려묘의 사체를 떠올리며 그린 이 작품은, 버려진 반투명 천들을 여러 겹 기워 만든 화폭 위에 생명이 빠져나간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눈 감은 고양이의 사체 위로 들끓는 수많은 구더기들은 마치 누런 잔잎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소멸의 과정을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흔적으로 시각화한다. 겹겹이 이어진 천의 너울거림은 조명과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도시에서 소외된 비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노동, 여성, 생태, 사회 문제 등 폭넓은 주제를 자신만의 감각적인 색채와 필선으로 다뤄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회고전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지점은 작가의 현재진행형인 실험과 탐구 정신이다. 그 중심에는 전시의 의미를 상징하는 신작 '손'이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수상한 오지호미술상의 주인공, 화가 오지호의 손을 상상하며 그린 것이다. 작가는 오지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품격을 붓을 수직으로 세워 그리는 '중봉'의 필치로 해석했다. 나아가 한국전쟁 당시 오지호가 빨치산으로 활동하며 백운산에 미술 도구를 묻었던 행적을 추적하며, 시대의 부름에 예술가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방정아는 이 '손' 그림을 실제로 백운산 계곡 땅에 묻었다가 다시 꺼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묻다(Bury)'라는 행위를 통해 '묻다(Ask)'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의적 퍼포먼스는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를 관통한다.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작가의 끊임없는 자기 갱신 노력이 돋보인다. 2018년 이석증을 앓으며 겪었던 고통스러운 현기증을 담은 자화상적 그림 '이석증'을 기점으로, 그의 화면에는 추상적인 잔선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 떨리는 듯한 필선은 이후 미군부대의 폐유 문제, 2020년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불안한 내면, 도시의 폭력적 구조 속에 가려진 존재들을 다루는 근작들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나타난다. 또한, 속이 비치는 폐천을 여러 겹으로 기워 하늘거리게 만든 걸개그림 형식은 작품이 단순히 벽에 걸린 그림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관객과 서로를 비추고 마주 보게 하는 새로운 관람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작가가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이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 즉 태도까지 얼마나 깊이 고심하는지를 보여준다.이러한 작가의 태도에 대한 성찰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2022년 작 '열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머러스하게 빛을 발한다.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거대한 파도를 마주한 사람들의 각양각색 반응을 담은 이 작품은 전시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파도에 과감히 뛰어드는 사람, 망설이는 사람, 그저 관조하는 사람의 모습들을 통해 작가는 삶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태도와 관점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결국 현대미술이 태도를 중시하듯, 방정아는 시대와 삶을 마주하는 자신의 태도를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으로 변주하며 진화해왔다. 이번 전시는 한국 화단에서 누구보다 태도의 윤리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한 실력파 여성 작가의 고투와 성취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