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징역 23년, 이진관 판사의 '폭탄 판결'

2026-01-22 10:09

 이진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2기)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판단하고, 당시 국정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특별검사 구형량(징역 15년)을 크게 웃도는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기 때문이다. 전직 국무총리가 내란 관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친 정통 법관이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로 발령받은 이래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등 정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맡아왔다.

 

그는 한 전 총리 재판을 지휘하며 정치적 논란이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단호하고 직설적인 화법은 피고인과 증인들의 책임 회피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 피고인 신문에서 국정 2인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을 집중적으로 질책했다. 그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재고를 요구하던 상황은 피고인 역시 반대 의사를 밝히기 좋은 환경 아니었느냐"고 지적하며, "윤석열이 대접견실을 나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러 가는 것을 말리지도 않았다"고 직무 유기를 추궁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국무위원들에게도 고위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표현하자, 이 부장판사는 "장관은 국정 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임을 강조하며 "반대 의사를 밝힌 국무위원도 있었는데 증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는 단순히 명령에 복종한 공무원이 아닌, 국정 운영의 최고 결정권자로서의 의무를 물은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법정 질서 유지에도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19일,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형사재판에서 선서 거부는 처음 본다"며 즉시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같은 날 재판부를 모욕하며 소란을 일으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들에게 감치를 선고하는 등,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이러한 강단 있는 재판 지휘는 징역 23년이라는 파격적인 중형 선고로 이어졌다. 그는 선고 말미,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종료된 것은 무엇보다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가 오른손으로 안경을 들어 올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던 순간은, 이번 판결이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강남심포니, 라흐마니노프로 백야의 감성을 깨운다

첫 장을 열며,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아침을 선물한다. 이 음악회는 해설이 곁들여져 클래식의 문턱을 낮춘 기획으로, 이미 지난 시즌 7회 공연 중 5회를 매진시키며 그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이번 시즌의 첫 무대는 '백야(White Nights)'라는 부제 아래,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강남심포니의 부지휘자 이탐구가 지휘봉을 잡고, 특유의 부드러운 해설로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호스트 아티스트로 참여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은 하루의 시작을 차분하고 깊이 있는 감성으로 채울 예정이다.음악회의 포문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연다. 가사 없이 오직 선율만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이 곡은 듣는 이의 내면을 고요하게 어루만지며 공연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어지는 곡 역시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다. 파가니니의 유명한 선율을 24개의 변주로 풀어낸 이 곡은 화려한 기교와 애절한 서정성이 교차하며, 특히 영화에도 삽입되어 유명해진 18번 변주에서 감정의 절정을 선사한다.협연 무대는 세계적인 콩쿠르를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김홍기가 맡는다.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스페인 하엔 국제피아노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한 그는 탄탄한 테크닉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주목받는 연주자다. 그가 들려줄 라흐마니노프의 열정적인 선율은 이번 공연의 백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라흐마니노프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어 더욱 원숙한 연주를 선보일 전망이다.공연의 대미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음악으로 옮긴 차이콥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장식한다. 두 가문의 갈등을 나타내는 격렬한 주제와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선율이 극적으로 대비를 이루며,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음악으로 감상하는 듯한 짙은 여운을 남긴다.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이번 '강남마티네콘서트'는 오는 2월 5일 오전 11시,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열린다. 전석 2만 원으로 예스24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